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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일간지 빈과일보(蘋果日報) 사주인 지미 라이(黎智英)는 중국 광저우 태생으로 11살 때 홍콩으로 밀항했다. 1981년 의류업체 지오다노를 창업해 큰돈을 벌었다. 그의 인생을 바꾼 건 1989년 천안문 사태였다. 당시 홍콩 인구 500만명 중 100만명이 거리시위에 나섰는데 라이는 티셔츠에 반중구호를 찍어 나눠 줬다. 그 후 6년 뒤 빈과일보를 창간했다. 빈과는 사과를 뜻하는데 글로벌 정보기술(IT)업체 애플과 비슷하다. 애플은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의 사과이지만 빈과일보는 성경에 나오는 선악과다. 라이는 제호에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지 않았다면 악도 뉴스도 없었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빈과일보는 중국 공산당의 비리와 내밀한 권력투쟁 등을 파헤치며 홍콩의 대표적 반중매체로 떠올랐다. 2003년 반중 행진을 지지하는 기사를 게재하자 50만여명의 시민이 길거리로 나왔다. 2년 전 홍콩범죄인인도법 반대시위가 한창일 때 라이는 빗발치는 화살을 맞으면서도 빨간 사과를 베어 먹는 광고를 게재했다. 중국이 아무리 탄압해도 꺾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중국 당국에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작년 6월 말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그는 체포·자산동결 등 극심한 탄압에 시달리고 있다.

홍콩 경찰이 지난 주말 빈과일보 사옥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편집국장과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 최고경영자(CEO) 등 5명을 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홍콩 당국은 2년 전부터 30여건의 기사를 통해 외세와 결탁해 국가안보를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이자 홍콩 주권반환일인 7월1일 이전 폐간될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 신문을 ‘독이 든 사과’에 빗대며 “반중세력의 선전도구이자 위험한 정치조직”이라고 했다.

빈과일보는 과거 위기 때마다 홍콩 시민의 지지로 고비를 넘겼다. 이번에도 저항의 표시로 평소보다 5배 많은 50만부의 신문을 발행하자 시민들이 대량구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시민과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중국 당국이 폐간을 강행한다면 홍콩 언론자유와 민주화의 종언을 고한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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