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고 흩어지는 미학을 춤으로… 국립무용단 '산조'

정구호·김재덕·황병준·최진욱 등 최고의 제작진
오는 24일 부터 26일까지 해오름극장서 열려

패션은 물론 공연·영화·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줘 호평받은 정구호가 다시 한 번 연출은 물론 무대·의상·영상디자인을 도맡는다. ‘다크니스 품바’와 ‘시나위’ 등으로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안무가이자 탁월한 음악가이기도 한 김재덕이 작곡을 맡았다. 안무는 경기도립무용단 최진욱 상임안무가, 음악 프로듀서는 한국인 최초로 그래미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음반 엔지니어 황병준이다.

이처럼 최고의 제작진이 뭉친 국립무용단 신작 ‘산조’ 초연 무대가 6월 24∼2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다. 다양한 장단과 가락이 모이고 흩어지는 전통 기악양식 산조(散調)의 미학을 춤으로 펼치는 공연이다. 전통 기악 독주양식인 산조에 담긴 비대칭적이고 비정형화된 한국적 아름다움을 동시대 감각으로 재해석한다. 

총 3막 9장인데 1막 ‘중용’(中庸)은 비움의 미학과 절제미를 주제로 비균형적 평온을 유지하는 한국적인 움직임을 담는다. 이어지는 2막 ‘극단’(極端)은 불균형 속 균형을, 3막 ‘중도’(中道)는 불협과 불균형마저 품어내는 새로운 균형을 표현하며 산조 양식이 지닌 궁극적인 철학을 펼쳐낸다.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한국무용의 움직임을 해체, 분석한다.

안무가 최진욱은 오랜 시간 체득한 전통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 해 조화를 이루는데 탁월하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형식미와 즉흥성이 공존하는 산조 음악의 특징을 무용수의 움직임과 에너지로 그려낸다. 현대무용단 고블린파티의 임진호가 협력 안무로 참여해 한국무용에 기발한 발상을 더한다. 

이미 국립무용단 무대에서 진가를 인정받은 정구호는 다시한번 독보적인 미장센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무대 위 지름 6m의 대형 바위를 중심으로 원형 LED패널이 장단의 변화에 따라 감각적으로 변하며 산조의 미학을 표현한다. 여백의 미를 살린 특유의 그림 같은 미장센으로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더욱 돋보이게 할 예정이다. 정 연출은 “한국무용은 반짝이는 원석이기에 보여주는 방식만 조금 달리해도 우리 전통은 극도로 모던할 수 있다”며 “관객들이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유영하는 춤의 원형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이번 작업의 목표”라고 밝혔다.

김재덕과 황병준이 함께하는 이번 작품 음악은 제작진 협업으로 완성됐다. 안무가와 연출이 움직임과 미장센의 관점에서 제시한 의견을 음악에 반영한 후 다시 모여 듣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 결과 1막은 황병준이 이선화(거문고), 김동원(장고)과 함께 거문고 산조를 녹음해 정통 산조의 매력을 들려준다. 2막과 3막은 김재덕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산조를 일렉트로닉 선율에 담았다. 특히 아쟁 산조 명인 김영길의 연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3막은 서양의 볼레로가 연상될 정도로 힘과 에너지가 느껴진다. 김재덕은 “3막의 음악은 김영길 명인의 아쟁 산조를 듣고 점차 고조되는 장단에서 볼레로와 같은 폭발적 에너지를 떠올리며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박성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