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찌는 것은 지방 안쓰는 체질로 바뀐 탓…소식 다이어트로 못 고쳐”
“먹는 때와 굶는 때를 나눠 정확히 지켜야…‘요요 현상’도 퇴치 가능해”

음식을 마음껏 먹으면서 살을 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부분 ‘다이어트’라 하면 열심히 운동하면서 먹는 양을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길 것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도 먹은 음식으로 축적된 칼로리를 소모하기 위한 것이니까.
원하는 만큼 먹고도 체중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귀가 솔깃해질 것이다. 특히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비만 치료 전문가라면? 전문가의 설명대로 다이어트를 시도해봄직도 하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박용우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음식을 적게 먹는 저칼로리 다이어트는 ‘반짝’ 효과를 볼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앞서 박 교수는 1991년 서울 강남에 국내 처음으로 전문 클리닉을 연 국내 비만치료 1세대 의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한 96년보다 5년 앞서 미래를 내다본 셈이다.
그는 살이 찌는 가장 큰 이유는 음식을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몸이 지방을 쓰지 않는 체질로 바뀐 탓이라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건강한 이는 당이 고갈되면 몸 안에 저장된 지방을 꺼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지만, 지방을 사용하지 않는 체질로 바뀌어 있다면 배고플 때 당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게 먹는 다이어트로는 이런 체질을 고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섭취하는 열량이 줄어들면 우리 몸은 ‘생존’을 위해 지방을 더 비축하려고 하면서 오히려 체지방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도 경고한다. 게다가 ‘요요’ 현상이 생기면서 지방 세포가 늘어나고 크기도 커진다고 우려했다. 요요는 식이요법을 통해 체중 감량을 한 뒤 원래로 돌아가는 현상을 가리킨다.

박 교수는 음식을 적게 먹는 다이어트의 대안으로 ‘탄수화물 제한’과 ‘간헐적 단식’을 병행할 것을 권했다.
그에 따르면 음식을 잘 먹다가 아예 섭취하지 않으면 48시간 동안은 기초 대사량이 떨어지지 않고, 우리 몸은 지방을 더 비축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다시 식사해도 폭식이나 과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간헐적 단식을 할 때도 ‘먹을 때’와 ‘굶을 때’를 확실히 구분하고, 굶어야 할 땐 물 외 적은 양의 음식이라도 섭취해서는 안된다고 주의를 준다.
박 교수는 실제로 이 방법대로 수년째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가 동아일보에 밝힌 간헐적 단식 패턴을 보면 10시간 동안은 음식을 원하는 만큼 먹고, 이후 14시간은 물 외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고 굶는다.
음식을 먹을 때는 굳이 열량을 따지지 않고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섭취한다. 열량을 따지다 보면 적게 먹게 되고, 굶어야 할 때 배고픔을 참지 못해 음식에 손댈 수 있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2017년부터 3년간 대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 같은 다이어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10∼15명을 한 팀으로 묶어 매주 미션을 주고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4주 과정을 기본으로 하고 팀에 따라 8주까지 연장했다고 전했다.
이런 자문을 받아 약 150팀이 다이어트에 도전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중단될 때까지 모든 팀에서 실제로 체중과 체지방 감량 효과를 봤다는 게 박 교수의 전언이다.
그는 자신의 다이어트 방식과 관련해 ▲탄수화물 섭취 줄이기 ▲14시간 공복 상태 유지 ▲‘굶는 것=힘든 일’이라는 인식 바꾸기 ▲운동 병행하기 등 네 가지 핵심사항을 제시했다.
이 외에도 박 교수는 선 채 환자를 진료하고, 연중 한달은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 ‘음주 안식월’로 정하는 등 추가로 다이어트에 힘썼다고도 알렸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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