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세계/숀 캐럴/김영태 옮김/프시케의숲/2만5000원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유일하지 않다. 매 순간 서로 다른 수많은 세계가 복제되어 퍼져나가고 각 세계에는 수많은 또 다른 내가 존재한다. 흔히 평행우주라고 불리는 다세계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이는 SF소설이나 영화에서 등장하는 가상의 이야기가 아닌 분명한 사실이다.
다소 도발적이고 대담하기까지 한 다세계 양자역학의 세계를 저자는 간단명료하게 설명한다. 다세계를 옹호하는 순간 뒤따르는 여러 질문에 차근차근 답해주는 식이다. 예를 들어 얼마나 많은 세계가 존재할까, 다른 세계는 진짜 세계일까, 다른 세계를 관찰할 수 없다면 이런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 세계들이 존재하는 공간은 어디일까 등 말이다.
중요한 점은 양자역학의 토대에 관한 그의 주장이 향후 실제적인 연구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것이 양자라는 전제하에 이론을 전개하는 다세계 이론은 기존 표준 교과서 양자역학과 달리 고전역학을 따르지 않는다. 양자계를 설명하는 데는 양자역학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이 이론의 뿌리부터 뒤흔드는 탓에 일부에서는 안 좋은 시선으로 지켜보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이 ‘양자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할 정도로 양자역학 이론은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양자역학 이론을 설명한 책 가운데 ‘다세계’는 일반인의 눈에도 흥미로운 결과를 펼쳐내는 데 성공했다. 본격적인 과학서이지만, 저자는 독자들에게 ‘겁내지 말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이 책은 양자역학에 대해 재미있으면서도 구체적이고, 깔끔한 설명을 내놓는다. 심지어 읽는 동안 수많은 나와 세계를 마주하고 철학적인 함의도 얻을 수 있다.
이론물리학자이자 과학 베스트셀러 작가인 숀 캐럴은 전문 분야인 양자역학과 중력, 우주론에서 수많은 과학자와 사상가들에게 창조적 영감을 주는 인물로 꼽힌다. 1966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1993년 하버드대에서 천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박사 후 연구원, 시카고대 조교수를 거쳐 현재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서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국립과학재단, 미 항공우주국(나사), 미국물리학회, 런던왕립협회 등에서 다수의 상을 받았고 네이처, 뉴욕타임스 등 유수의 매체에 기고해왔다.
조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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