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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강한 아버지’는 멈출 수 없었다

입력 : 2021-03-18 23:00:00 수정 : 2021-03-19 09: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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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비 아들 휠체어 밀며 달린 ‘철인’ 하늘나라로
‘가장 강한 아버지’ 딕 호잇 별세
철인 코스 등 1130개 대회 완주
“달릴 땐 장애 없는 듯 느껴져요”
아들 말에 ‘팀 호잇’ 멈추지 못해
자전거·달리기로 美 대륙 횡단도
마라톤에 출전한 딕 호잇과 아들 릭의 2006년 경기 모습. 뉴욕=AP연합뉴스

전신마비 아들을 휠체어에 태우고 전 세계를 달리며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아버지’ 딕 호잇이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AP통신은 호잇이 17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홀랜드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영면에 들었다고 전했다. 가족들은 그가 심장 질환을 앓았다고 전했다.

호잇의 아들 릭은 출생 때 목에 탯줄이 감겨 뇌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서 중증 장애를 안게 됐다. 혼자서 몸을 움직일 수도, 컴퓨터 장치 없이는 의사표현도 할 수 없다. 어려서부터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던 릭은 15살 때 아버지에게 “장애가 있는 라크로스(라켓을 사용하는 하키 비슷한 구기) 선수를 위한 자선 달리기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고, 아버지는 기꺼이 휠체어를 밀며 달리기로 결심했다. 호잇 부자는 끝에서 두 번째로 결승선에 들어왔고, 이렇게 ‘팀 호잇’이 시작됐다.

릭은 “아버지, 달리고 있을 땐 아무 장애가 없는 것처럼 느껴져요”라고 말했고, 호잇은 이런 아들을 위해 멈출 수 없었다.

팀 호잇은 1977년부터 2016년까지 40년간 마라톤 72차례, 트라이애슬론 257차례(철인코스 6차례), 듀애슬론 22차례 등 총 1130개 대회를 완주했다. 1992년에는 45일에 걸쳐 자전거와 달리기로 미국 대륙을 횡단(총 6010km)하기도 했다.

세계 최강의 철인들 틈에서 아버지는 아들을 실은 고무배를 허리에 묶은 채 바다 수영을 했고, 아들이 앉은 특수의자를 장착한 자전거를 탔다.

첫 번째 완주에 16시간 14분이 걸렸던 마라톤 최고기록은 2시간 40분 47초로, 철인3종 경기 기록은 13시간 43분 37초로 각각 단축됐다.

아들 없이 출전한다면 놀라운 기록이 나올 거라는 주위 사람들 반응에 호잇은 “릭이 아니라면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처음엔 불편한 눈으로 부자를 바라보던 이들은 박수로 응원하기 시작했다. 자선재단 팀 호잇의 회원이 점점 늘었고, 2013년에는 보스턴 마라톤 출발선 인근에 호잇 부자의 동상이 세워졌다.

릭은 경험담을 나눌 때마다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내 날개 아래를 받쳐주는 바람”이라고 말하곤 했다.

호잇에게는 릭 외에 러셀과 로버트 두 아들이 더 있다. 러셀은 “상투적인 말 같지만, 아버지는 우리 모두의 영웅이었다. 장애와 무관하게 삼형제를 동등하게 대하고 사랑해 준 훌륭한 아버지였다”고 했다.

호잇의 사망 소식에 각계각층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보스턴 지역방송 WBZ의 스포츠 디렉터 스티브 버튼은 “호잇은 진정한 철인이었다. 몸이 아플 때면 외려 아들 릭을 바라보며 새로운 다짐을 했다”고 전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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