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신탁회사와 건물의 점포들을 분양받는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에 앞서 신탁회사는 B와 신탁회사가 B로부터 토지를 신탁 받아 그 지상에 건물을 신축하여 분양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A는 신탁회사와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위탁자인 B와 수탁자이자 분양자인 신탁회사, 수분양자인 자신까지 당사자 3인이 모두 참석하여 3면 계약으로 ‘위탁자인 B와 수탁자인 신탁회사 사이에 체결된 계약의 해지 또는 종료와 동시에 신탁에 기한 신탁회사의 모든 행위 및 권리와 의무는 위탁자 B에게 포괄 승계되며, 아울러 분양계약에 기한 신탁회사의 수분양자 A에 대한 모든 권리와 의무도 계약 변경 등 별도의 조치 없이 위탁자인 B가 승계한다'는 취지의 약정을 하였습니다.
이럴 때 신탁계약이 기간 만료로 종료하거나 목적의 달성에 따라 종료한 뒤 수분양자인 A는 점포의 분양자인 신탁회사를 상대로 기망행위 등을 이유로 사기 또는 매도인의 하자담보 책임을 물어 분양계약을 취소 또는 해제하고 이미 납부한 분양대금 및 위약금의 지급을 청구하거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 판례는 이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입니다(2005. 4. 15. 선고 2004다24878 판결). 대법원은 위와 같은 A, B, 신탁회사가 체결한 권리의무 승계약정에 대하여 신탁계약의 해지 또는 종료를 정지조건으로 하여 신탁회사의 분양계약상 분양자 지위를 위탁자인 B에게 이전하기로 하는 ‘계약인수’라고 보고 있습니다.
계약인수란 계약상 지위에서 발생하는 모든 권리와 의무를 인수하는 것으로 민법상 규정은 없지만 판례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계약인수가 이루어지면 양도인은 계약관계에서 탈퇴하게 되고, 양도인의 면책을 유보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인수 후에는 잔류 당사자와 양도인 사이에는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게 되며 그에 따른 채권과 채무관계도 완전히 소멸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2007. 9. 6. 선고 2007다31990 판결).
이러한 계약인수 법리에 따라 대법원은 위탁자인 B와 신탁회사의 계약이 종료되면, 분양계약에 기한 A와 신탁회사의 법률관계는 위탁자인 B에게 적법, 유효하게 승계되고, 따라서 A와 신탁회사 사이에는 더 이상 분양계약으로 인한 채권·채무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다24878 판결).
즉 대법원은 분양계약의 성립 및 이행 과정에서의 기망행위 등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책임, 매도인의 사기 또는 하자담보 책임에 의한 취소, 해제의 법률관계, 그로 인한 부당이득 반환 의무, 매도인의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의무까지도 신탁회사에서 B에게로 모두 이전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이에 덧붙여 신탁이 종료된 뒤에도 A가 분양받은 점포가 신탁회사 명의로 남아 있어서 법정 신탁관계가 존속한다고 하더라도, 법정신탁은 어디까지나 신탁관계의 종료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위 권리의무 승계약정에서 말하는 신탁계약의 종료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2014. 1. 16. 선고 2012다101626 판결), 결론은 마찬가지라고 판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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