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 플레이 시간·성향·문제점 파악 등
사람이 했던 방대한 데이터 분석 도맡아
롤플레잉 게임 자동이동 등 반복작업
인공지능 기반 캐릭터가 자동으로 실행
엔씨 등 제작사들 전담 R&D 조직
설치 게임뿐 아니라 금융 등 다방면 활용 모색

인공지능(AI)은 게임과 매우 밀접한 기술이다. 게임 도중 만나는 몬스터 등 캐릭터나 NPC(논 플레이어 캐릭터)에도 AI가 들어간다. 이젠 필수 사항이 된 모바일게임의 자동사냥 기능에서부터 게임개발, 비매너 유저 적발 등 게임과 관련된 분야에서 AI가 활용되고 있다. 2000년대부터 유저들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예측과 AI를 활용한 게임개발에 매진해 온 게임사들은 영역을 확장해 기사작성에서부터 금융AI 등 다양한 기술력을 선보이며 여러 활용방법을 모색 중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게임에서 대중적으로 자리 잡은 자동이동, 자동사냥 역시 AI를 기반으로 캐릭터가 움직인다. 더 넓게는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반복작업을 줄여주는 역할을 맡기도 하고, 플레이 중 발생하는 비매너 행위를 잡아내는 데 인공지능이 활용되기도 한다.
AI는 음성 인식 기술을 비롯해 영상의 정보를 이해하는 컴퓨터 비전 분야,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도록 학습하는 자연어 처리 분야, 다이나믹한 환경에서 이상적인 해법을 찾아내는 강화학습 등 다양한 세부 분야로 나뉜다. 게임사들은 게임에 활용되는 음성, NLP(자연어처리), 딥러닝(강화학습), 그래픽스 등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게임사들의 AI 개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대부터 개발자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게임의 개발 방향을 결정했다. 유저들의 게임 플레이 시간과 성향, 문제점, 향후 개발 전략 등이 이런 빅데이터를 통해 탄생했다. 과거 직원들이 분석했던 이러한 방대한 데이터들은 이제 AI를 통해 분석된다.
또 MMORPG(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의 필수가 된 자동사냥 및 이동기능은 유저들에게 피로도를 낮춰주는 장점 덕분에 필수기능이 됐다. 이러한 반복작업에 인공지능 기반의 캐릭터가 사용된다.

이른바 ‘핵’이라고 불리는 불법게임프로그램 적발에도 AI가 활용된다. AI는 실시간으로 유저들의 게임을 분석해 비정상적인 게임운영을 살펴보고 여기에서 불법프로그램을 감지한다. 출시한 게임이 불법프로그램을 제대로 방지하지 못할 경우 유저들의 이탈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AI를 통한 불법프로그램 제재는 이제 게임사들에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이 외에도 출시할 게임의 수익 예측과 마케팅이 필요한 타기팅 등 게임사의 일반 영업 및 경영 분야에서도 AI 활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에 각 게임사들은 별도의 인공지능 연구개발 조직을 두고 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있다. 연구개발은 계속될 예정이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게임 환경 변화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파이어는 게임산업 AI 시장규모가 올해 6억달러에서 2025년 13억달러로 연평균 8.4%씩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3N(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을 필두로 국내 게임사들은 AI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각 게임사들은 별도의 인공지능 연구개발 조직을 두고 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있다.
2011년부터 AI 연구를 시작한 엔씨는 현재 AI 센터와 NLP 센터 산하에 5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 연구인력만 200명에 달한다. 엔씨가 보유한 NLP 기술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엔씨는 최근 KB증권, 로보어드바이저 기업 ‘디셈버앤컴퍼니’와 AI 간편투자 증권사 출범을 위해 손잡았다. AI 금융투자 플랫폼을 만드는 데 엔씨의 NLP 기술이 쓰인다. 엔씨는 지난 4월 머신러닝 기반 ‘AI 기자’ 상용화 소식을 알렸다. 머신러닝 기반의 AI 기술로 작성되는 기사는 국내 최초다. AI가 일기예보 데이터와 한국환경공단의 미세먼지 자료를 파악한 뒤, 스스로 기사를 작성한다. 매일 하루 3번 작성하며, AI가 작성한 기사는 포털 뉴스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엔씨가 개발한 야구 정보 서비스 ‘페이지’에도 다양한 AI 기술이 담겨 있다. 페이지에 도입된 AI 기술은 크게 3가지로 언어 AI 기술, 지식 AI 기술, 비전 AI 핵심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특히 PAIGE 내에서 비전 AI 기술이 이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데 ‘경기 요약 영상’ 및 공격 모아보기, 3분 하이라이트 등 AI가 경기 종료 후 5분 내외의 짧은 시간에 모든 영상을 빠르게 편집할 수 있다.
엔씨는 AI 기술을 음성 합성에도 접목시켰다. 고품질의 합성음을 생성하는 자체 개발한 뉴럴 보코더 기술인 ‘VocGAN’은 ‘인터스피치 2020’ 국제학회에 게재 승인되기도 했다. 이러한 AI 음성 합성 기술은 게임 개발 과정에서 딥러닝을 통해 음성 데이터를 축적하여 캐릭터의 감정 표현 및 발화 스타일을 구현한다. 해당 기술은 게임 개발을 비롯해 ‘블레이드앤소울’, 버프툰 등 자사 IP 및 콘텐츠 홍보영상 내레이션에도 사용돼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넥슨은 게임 환경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게임 특화 AI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넥슨의 AI 조직인 넥슨애널리틱스가 가장 많이 관련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분야는 탐지다. AI가 게임 내 비정상적인 현상과 불법프로그램 사용 등을 분류하고 욕설, 광고성 채팅도 가려낸다.
실제 서든어택에서는 1년에 수만개의 욕설 계정을 탐지하기도 했다. 넥슨의 어뷰징 탐지팀 조사에 따르면 인공지능을 적용한 ‘욕설 탐지’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많은 욕설을 잡아내고 정확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칙어와 같은 글자가 발견되면 블라인드 처리하는 일반적인 방식은 10분간 231건의 욕설을 적발했고 이 가운데 41%가 제재 대상이었다. 하지만 AI 기술을 적용한 욕설 탐지기는 10분 동안 246건에 달하는 욕설을 잡아냈고 이 중 제재 대상은 96%에 달해 보다 높은 신뢰도를 나타냈다.

2014년 게임 퍼블리싱·마케팅 운영 인공지능화 작업을 목표로 한 콜럼버스 프로젝트를 시작한 넷마블은 지능형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능형 게임을 통해 유저들에게 각기 다른 난이도와 재미를 맞춤형 서비스로 제공하자는 게 넷마블 AI 기술의 목표라 볼 수 있다. 넷마블의 콜럼버스 프로젝트는 운영 효율화에 방점을 뒀다. 게임 서비스와 관련해서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한다. 게임별, 국가별 패턴 분석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사업 운영에 필요한 광고수익률, 잔존율, 매출을 예측할 수 있다. 게임 서비스의 효율을 높이고 회사의 실적도 극대화하는 인공지능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스마일게이트는 영화나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적용할 감정 표현과 소통에 특화된 AI 개발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8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특화된 스마일게이트AI를 설립한 스마일게이트는 재미있는 AI 등 방향성을 토대로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걸맞게 최근 스마일게이트가 선보인 ‘버추얼 유튜버’ ‘세아’는 자신을 ‘딥 러닝’이 가능한 ‘초 하이테크 신개념 오버테크놀로지 AI’로 소개해 유저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AI 기술 개발은 게임사들에 이제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영역이 됐다”며 “향후 게임사들의 AI 기술 투자나 사업영역 확장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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