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과 애플이 모바일 광고 시장을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될 조짐이다. 페이스북의 이용자 맞춤형 광고 사업과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이 충돌하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이 사생활 보호 기능이 강화된 새로운 아이폰 운영체제(iOS 14) 탓에 광고 관련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오디언스 네트워크’라는 광고 프로그램은 애플리케이션에서 수집한 사용자들의 각종 정보를 이용한 맞춤형 광고를 다른 모바일 앱에 게재하고, 광고주로부터 돈을 받는다. 사용자가 페이스북 앱에서 검색한 키워드나 각종 활동 관련 맞춤형 광고가 별개의 모바일 웹사이트에서 나타나는 식이다.
현재 이 프로그램을 통해 10억명 이상이 한 달에 1번 이상 맞춤형 광고에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애플이 최근 개발자들에게 시험 버전을 배포한 iOS 14는 사생활 보호 기능을 대폭 강화해 사용자 허락 없이 광고 식별자(ADID·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한다. 많은 앱들이 맞춤형 광고를 위해 웹상 움직임 추적을 원하는지 사용자로부터 허락을 구해야 하는데, 페이스북은 사용자 다수가 이를 거부할 것으로 보고 있다. iOS 14는 이르면 올 가을 출시될 예정이다.
페이스북 측은 “iOS 14가 설치된 기기의 사용자들은 오디언스 네트워크를 통한 광고를 아예 볼 수 없게 되거나, 볼 수 있더라도 현재보다 연관성이 적은 광고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관련 매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페이스북은 이를 앱 개발자들에게 이날 알렸다. 사용자의 관심사를 겨냥한 광고가 어려워지면 “이미 어려운 시기에 앱 개발자의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퍼블리셔(정해진 일정에 따라 인터넷상에서 정보나 콘텐츠를 수집하고 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매출도 50%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간 광고 매출 700억달러(약 83조원)를 올리는 페이스북은 오디언스 네트워크의 수익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18년의 경우 페이스북은 오디언스 네트워크의 광고를 게재한 다른 모바일 앱에 15억달러(한화 약 1조8000억원)를 지불했다.
페이스북이 광고주로부터 벌어들이는 매출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애플의 정책 변화는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려는 전 세계 인터넷 업계의 변화를 보여준다. 구글은 자사 웹 브라우저인 크롬의 쿠키(사이트 방문 기록) 정보를 외부업체에 제공해온 관행을 2022년 중단하기로 했다. 애플 사파리 브라우저도 같은 조치를 한 바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법은 사용자에게 광고 추적과 관련해 더 많은 통제권을 준다.
게임 회사인 루트케이크의 공동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맷 리틴은 “애플의 정책 변화는 소비자가 데이터를 통제하도록 하는 패러다임 변화를 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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