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전쟁 발발 나흘 뒤인 1950년 6월29일 수원비행장에 도착한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총사령관의 표정은 착잡해 보인다. 전용기인 ‘바탄’에서 내린 맥아더는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비행기 앞에서 촬영을 위해 간단히 포즈를 취한다. 같은 날 수도 서울을 내주고 피란 갔던 이승만 대통령은 초췌한 모습으로 수원비행장에 도착한다. 이 대통령은 처치 준장을 만나 수원농업시험장에 차려진 임시지휘소로 향한다.
긴박했던 6·25전쟁의 주요 장면이 국내 처음으로 동영상으로 공개된다. 17일 수원시 산하 수원박물관은 6·25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이 소장한 수원과 관련된 주요 영상 기록물을 편집해 오는 25일 일반에 제공한다고 밝혔다. 영상들은 수원박물관 학예사들이 NARA의 DB에서 찾아낸 것이다.
5분 47초 분량의 영상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단락은 1950년 6월28∼29일 전쟁 발발 초기 긴박했던 수원비행장의 모습이다. 당시 전략 요충지로 활용된 수원에서 △북한군의 공격으로 불타는 미군 수송기를 촬영한 장면(28일) △이승만 대통령이 수원으로 이동해 미군 지휘부를 만나고 임시지휘소로 향하는 모습(29일) △맥아더가 수원비행장 도착 직후 기념 촬영을 하는 장면(29일) 등이다. 특히 맥아더의 수원비행장 도착 장면은 그동안 사진 자료로만 공개돼왔다고 수원박물관 측은 밝혔다.
두 번째 단락은 전세가 급변하면서 수원역에 집결한 국군과 경찰이 소년 사상범들을 데리고 이동하는 장면이다. 같은 해 7월1일 기록된 이 장면은 미군 사진병 핸콕 일병 등이 촬영한 사진으로만 공개돼왔다.
박물관 관계자는 “춘천형무소와 인천소년형무소에서 후방으로 이감 대기 중이던 어린 정치사상범들은 이감 중 어딘가에서 처형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단락에선 인천상륙작전과 1·4후퇴 이후 맥아더와 리지웨이 장군이 수원을 둘러보는 모습이 공개된다. 1951년 1월28일 촬영된 영상에선 군인들을 격려하는 이승만 대통령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과거 대한뉴스에 소개됐던 미군 탱크가 수원화성의 장안문을 통과하는 영상의 원본도 확인이 가능하다.
영상은 25일 개막하는 ‘곽재용 감독의 기증 사진전 한국전쟁과 수원화성’에서 별도의 섹션으로 공개된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전시회가 연기될 경우, 당일 박물관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올릴 예정이다.
수원박물관 이동근 학예사는 “한국전쟁 때 전략적 요충지로서 수원의 위상이 확인되는 자료들”이라며 “전쟁의 아픔을 되새기며 평화의 길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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