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여전히 필요한가.”
비평집 ‘그리운 문학 그리운 이름들’(문학과지성사)에서 첫 장을 차지한 글은 묵직한 제목을 달았다. 문학으로 대표되는 인문학을 “사회과학이나 과학기술보다 사회적 친연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오늘의 문화 및 교육환경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단정에서 답은 자명하다. 반인문학적인 작금의 사회현실을 비판하며 그 결과로 “반인륜적 범죄가 만연하는 현실”을 비판한다. 인문학은 현실과 거리를 둔 형이상학이 아니라 그것에 깊이 뿌리를 내려 실질의 역할을 갖고 있음을 강변하려는 듯하다.

원로비평가이자 독문학자인 김주연은 이 글 끝에 선언하듯 요구한다.
“문학을 포함한 모든 인문학은 잃어버린 천사의 자리를 회복하고자 하는 눈물겨운 자부심을 되찾아야 한다.”
책은 32편의 비평문과 한 편의 대담을 묶어 “문학의 가치에 대한 신실한 믿음”을 표현한다.
1부 ‘문학을 다시 생각한다’는 21세기 한국 문학의 가능성을 다각도로 조망한다. 디지털시대에 진화해나갈 문학의 모습, 세계 문학과 더욱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을 한글 문학의 방향을 묻는다.
2부 ‘하늘과 땅 사이에서’는 괴테, 카프카, 카잔차키스, 헤세 등 해외의 다양한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종교적 이해를 바탕으로 비평한다. 박화성, 황순원, 전숙희부터 이승우까지 넓은 세대의 작가를 아우르며 작품의 의미를 해석한 3부는 ‘작가가 빚은 항아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4부 ‘밀려간 시간 속 이름들’에서는 문학 동료이자 동지들을 추모하고, 그들의 인품과 성실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를 얹었다. 소설가 이청준, 이문구, 최인훈과 평론가 김현 등을 만날 수 있다. 한양대 국문과 유성호 교수와의 대담도 실었다.
‘그리움과 동경’이란 제목을 단 서문에서 김주연은 이 책을 “과거로 밀려가 있는 문학 친구들을 위한 진혼곡이자 그리움으로 여전히 남아 있는 문학의 현장”이라며 “그렇다, 문학은 어차피 그리움의 다른 이름”이라고 적었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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