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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앞순번 차지하려 시민당에 ‘의원 꿔주기’ 與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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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구태 못 벗는 ‘비례선거’ / 與 심기준·제윤경·정은혜 더시민行 / 지역구도 4명 예고… 7명 만들어 / 한국당 비난 무색 ‘내로남불’ 답습 / “무단으로 文정부·민주 참칭말라” / 이해찬 대표, 열린민주당 꼬집어 / 민생당은 세력간 기싸움 심화 내홍 / 선관위 “선출 규정 사후 제출 가능” / 회의록 공개 못정해… “방조” 지적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등록 신청을 하루 앞둔 25일 서울 영등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후보자 등록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5일 심기준·제윤경·정은혜 의원에 대한 제명을 결정하고 이들을 4·15 총선용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더시민)에 보내기로 했다. 앞서 미래통합당은 9명의 의원을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파견했다.

 

거대 양당이 비례위성정당의 투표용지 순번을 높이기 위해 ‘의원 꿔주기’라는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 선거법의 맹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 3개 당이 뭉친 민생당은 비례후보 순번을 놓고 각 세력이 싸우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연합정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3명의 비례의원을 제명하고 당적을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그간 ‘의원 꿔주기’라고 비판한 통합당의 파견과 다른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불가피한 결단을 했다고 보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역구 의원 중에는 이종걸·신창현·이규희·이훈 의원 등 4명이 이적 의사를 밝힌 만큼 더시민의 현역의원은 7명이 될 전망이다. 27일 후보자 등록 마감 때까지 추가로 지역구 의원이 가지 않으면 더시민은 민생당(20석), 미래한국당(9석), 정의당(6석)에 이어 비례용지 네번째 칸에 오르게 된다. 통합당에서는 비례대표 문진국·김종석·김규환·윤종필·김순례 의원이 26일 의원총회에서 제명절차를 거쳐 한국당에 입당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 뉴시스

불출마한 지역구 의원 6명만 더하면 한국당은 20석의 교섭단체를 넘볼 수 있다.

 

더시민이 정의당보다 앞순번을 차지하려면 지역구 의원이 5명 이상 돼야 한다. 공직선거법 150조는 5명 이상 지역구 의원을 가진 정당이나 직전 대통령 선거·비례대표 의원 선거 등에서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에 전국적으로 통일 기호를 부여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통일 기호를 받은 정당에 우선권을 준 뒤 그 외에는 의석수에 따라 순번을 부여하고 원외 정당은 가나다순, 무소속은 추첨을 통해 순서를 정한다”고 말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기호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어느 정도 의석을 갖춰 투표용지 앞쪽에 올라오는 게 당을 찾기 편하다는 차원에서 (의원들에게) 권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의 미래한국당 의원 파견에 대한 고발을 취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통합당은 의원 이적만이 아니라 창당을 주도했고 우리는 시민사회가 만든 정당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한국당을 향해 “의원 꿔주기를 멈추라”며 비난했던 만큼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대표는 이날 더시민 우희종·최배근 공동대표의 예방을 받고는 “민주당은 정당법과 선거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물심양면으로 시민당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예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 이후 합당 문제에 대해 “민주당 출신 비례후보는 민주당으로, 소수정당 출신 후보는 소수정당으로, 시민사회분들은 개인적 판단에 맡겨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시민 후보 가운데 시민단체 출신 대부분이 친문(친문재인) 인사인 만큼 소수정당 출신 2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이 크다. 더시민은 사실상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표는 더시민과 지지층이 겹치는 열린민주당을 향해선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각에서 민주당을 탈당한 개인이 유사 비례정당을 만들었는데 무단으로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을 참칭하지 말아달라”고 꼬집었다. 이에 열린민주당 비례후보 2번인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페이스북에서 “탐욕과 기득권의 통합을 저지하고 미래를 가로막는 세력을 타파하는 것이 제가 선거에 임하며 다짐하는 최고의 목표”라며 “참칭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생당에선 박주현 전 공동대표와 최도자 수석대변인 등 현역 비례대표 의원을 포함한 당 지도부가 비례대표를 신청하면서 세력 간 기싸움이 한창이다. 이들 중 일부가 당선되면 당 간판을 바꿔 ‘비례 재선’에 성공하게 된다. 민생당 관계자는 “현재 당 지지율을 보면 1∼2석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비례 앞번호를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민주적 절차’를 강화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느슨한 규정 적용으로 비례대표 ‘막천’을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개정된 선거법에 따르면 정당은 구체적인 비례대표 후보 추천절차를 담은 당헌·당규 등을 추천 과정을 기록한 회의록을 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 전 1년 후에 창당·합당할 경우 창당·합당이 성립한 날부터 한 달 안에 규정을 제출해야 한다. 해당 법 조항을 적용하면 4·15 총선 선거일로부터 1달 전인 3월 16일에 제출이 완료돼야 하지만 선관위는 3월16일 이후 창당한 정당에 한해 예외를 허용했다. 지난 16일 창당 신고한 시민당은 지난 24일 당헌·당규 등을 선관위에 제출했다. 시민당은 비례대표 후보자를 심사하는 가운데 지난 23일 ‘비례대표국회의원후보자 추천규정’ 개정 작업을 마쳤다. 선수를 뽑으면서 동시에 룰을 만든 셈이다. 

 

비례대표 후보자가 민주적 절차로 선출됐음을 증명하는 회의록의 공개 여부에 대해서 선관위는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각 정당은 선관위에 후보자등록을 신청할 때 후보자 심사과정·투표방법 및 결과·회의 장소·일시·참석자·내용 등을 담은 회의록을 제출해야 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해당 부서에서 공개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추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현미·이창훈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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