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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화해의 신 디오니소스 [명욱의 술 인문학]

입력 : 2020-02-22 19:00:00 수정 : 2020-02-21 20: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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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가 그린 바쿠스. 바쿠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디오니소스의 로마 시대 이름이다.

와인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신이 하나 있다. 바로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디오니소스다. 올림포스 12신 중 막내이기도 했으며,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디오니소스를 도취적, 격정적 예술을 상징하는 신으로 묘사했다. 그렇다면 정말 디오니소스는 늘 광기에만 충만했을까. 숨겨진 다른 일화는 없었던 것일까?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와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로 묘사된다. 문제는 디오니소스가 내연관계 사이에 태어났다는 것. 제우스에는 본처인 헤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질투의 여신인 헤라가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세멜레를 없애기로 마음먹었다. 그것도 자신의 손에 피를 안 묻히는 방법이었다.

바로 제우스의 손에 세멜레를 죽게 하는 것. 번개의 신이라는 제우스의 이름답게 그의 섬광으로 세멜레를 태워 죽이는 것이었다. 결국 헤라는 세멜레에게 나타나 ‘당신이 만나는 제우스는 진짜 제우스일까?’라고 도발한다.

순진한 세멜레는 제우스의 존재를 의심하며, 제우스에게 진짜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한다. 이미 의심의 반열에 든 세멜레는 제우스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믿지를 않았다. 결국 제우스의 진짜 모습을 본 세멜레는 그 강렬한 섬광에 불타버리게 되고, 그렇게 둘의 인연은 비극으로 끝나게 된다. 그리고 이 배 속에 있던 아이를 자신의 허벅지에 넣어 키우는데 그 아이가 바로 디오니소스다. 그리고 세멜레의 여동생 가족에게 딸로서 키워진다.

하지만 다시 헤라에게 걸리게 되어 소아시아를 도망치듯 떠돌아다니게 된다. 그리고 이때 디오니소스는 자신이 익혔던 포도 재배 방법을 전파하고, 와인 제조 방법을 알렸으며 자신의 신성을 알리기 위해 포교활동도 같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포교활동을 인정받아 올림포스 12신에 들어가게 된다.

디오니소스는 로마 시대에는 바쿠스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 르네상스 이후 예술 분야에서 자주 등장하게 된다. 바로 미술에서는 바카날리아, 음악에는 바카날르라고 나타나는 부분이다. 모두 바쿠스의 제사라는 뜻을 의미하는데, 바그너의 ‘탄호이저’ 제1막, 천국과 지옥의 장면과 루벤스, 티치아노, 니콜라 푸생 등 많은 미술가가 이 주제를 취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왠지 모르게 박카스라는 자양강장제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BTS)는 디오니소스를 주제로한 노래 ‘디오니소스’를 발표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디오니소스는 위험에 처한 헤라를 구해줬다는 것이다. 올림포스 12신이 된 이후, 헤라는 그녀의 버린 자식인 페파이토스가 만든 함정에 빠져 있을 때, 디오니소스가 그를 술을 취하게 하여 올림포스로 유인, 그 사이에 헤라가 함정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 일로 헤라는 디오니소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이 둘의 오랜 악연은 사라지게 된다. 결국 디오니소스는 단순한 광기와 술의 신이 아닌 포도재배로 이어지는 농업, 그리고 현대로 이어지는 미술과 음악의 신, 그리고 화해의 신이기도 했다.

결국 술의 신이란 단순히 많이 마시는 것이 아닌, 이러한 것을 아울러야 신이 될 수 있다는 의미. 가장 중요한 것은 화해하고 용서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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