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부터 호주 남동부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역사상 가장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야생동물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최근 호주 및 영국 언론들은 화상 피해를 입은 캥거루 등 토착 동물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시드니 블루 마운틴에서 구조된 한 아기 캥거루는 두 다리에 화상을 입어 다리 전체에 보호대를 두른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의 캥거루섬에서 구조된 코알라는 피부에 온통 화상을 입어 내륙은 물론이고 섬의 동물들도 안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호주 당국은 “캥거루섬의 전체 면적 중 3분의 1이 불타서 폐허로 변했다”며 “일부 식물과 동물 종은 완전 멸종 위기”라고 밝혔다.
내륙 피해는 정확한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산불이 가장 큰 규모로 퍼진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는 지난 4개월 새 코알라 8000여마리가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코알라는 이미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는데, 정부 관리들은 호주 전체의 약 30%가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보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시드니대 생태학자들은 이번 산불로 캥거루와 코알라 등을 비롯한 포유류, 조류, 파충류 등 야생동물 약 4억8000만마리 또는 그 이상이 죽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기록적인 고온과 기후 변화로 더 심해진 가뭄 탓에 4개월째 잡히지 않고 있는 산불로 현지에서는 900만에이커(약 3만6433㎢)의 숲이 파괴됐다.
이들 생태학자들은 성명을 내고 ”피해 동물 중 상당수는 화재에 의해 직접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다른 동물들은 식량과 보호소 자원의 고갈과 포식자인 야생 고양이와 붉은 여우의 유입 때문에 죽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잘 알려진 종들만이 위험에 처한 게 아니라 곤충들도 불에 매우 민감하다”며 ”우리 생태계에서 수분이나 영양분 순환 같은 것은 이들 곤충에 의존하는데, 어떻게 회복될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호주 출신 배우인 니콜 키드먼(52)은 남편 키스 어번(52)과 함께 50만달러(약 5억8460만원)을 기부하는 등 유명 인사와 재력가들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그간 산불로 호주에서는 1000채 이상의 집이 피해를 봤고,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명일 온라인 뉴스 기자 terr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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