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조국 사태’를 계기로 문재인정부가 국정 운영의 우선 순위를 ‘공정’의 가치에 두기로 하면서 법학계와 변호사업계의 해묵은 논쟁 안건인 ‘법조인 양성’ 시스템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비싼 학비, 3년이란 긴 수업 연한 등으로 인해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는 지적을 받아 온 현행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별개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다른 길, 즉 일종의 ‘우회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마침 정치권에서도 그와 관련해 다양한 제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임기가 얼마 안 남은 20대 국회 막바지에 주요 입법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 공정사회 첫 걸음"
대한법조인협회(회장 최건 변호사)는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호사 예비시험제도 도입을 위한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의 20대 국회 임기 내 통과를 여야 정당에 촉구했다.
사법시험 및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 1700여명으로 구성된 대한법조인협회는 2016년 설립 이후 법조인 양성제도 개혁을 위해 지속적으로 의견과 대안을 제시해왔다.
현재 국회에는 변호사 예비시험제도 도입을 위한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이 법안은 변호사시험 이전 단계로 ‘변호사 예비시험’을 새롭게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로스쿨 졸업생은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바로 법조인이 된다. 법안은 로스쿨 졸업생이 아닌 법조인 지망생도 변호사 예비시험에 합격하면 로스쿨 졸업생과 동등하게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주자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로스쿨로 단일화된 현행 법조인 양성 창구를 좀 더 넓혀 경제력이나 나이 등 여러 사정으로 로스쿨에 진학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법조인이 될 기회를 부여하자는 취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한법조인협회는 “현행 법조인 양성제도는 2017년 사법시험 제도가 폐지되면서 로스쿨 제도로 일원화돼 있다”며 “로스쿨을 나오지 않고 법조인이 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로스쿨에 갈 수 없는 국민들을 위하여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우회로를 만드는 것이 공정성의 가치를 회복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인들도 앞다퉈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
현행 법조인 양성제도 개혁의 필요성으로 ‘공정의 가치’를 든 것처럼 요즘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는 단연 공정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녀가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명문대에 진학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결국 낙마한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조 전 장관의 사표를 수리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고 말해 향후 국정 운영의 우선 순위를 공정에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입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이후 교육부를 중심으로 대입에서 수능 성적으로 뽑는 신입생 비중을 늘리는 등 정시 확대 방안이 활발히 논의 중이다.
문제는 대입에서의 공정성 제고 못지않게 법조인 선발의 공정성도 더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이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공정과 정의의 가치 실현을 위해 사법시험 부활과 변호사 예비시험제도 도입을 진지하게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2017년 대선 당시 사법시험 부활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도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정 사회는 공정한 경쟁 룰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는 현대판 음서제도에 불과하므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불기 시작한 공정의 바람이 정치권의 호응을 얻어 법조인 양성제도 변화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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