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과장급 공무원 C씨는 지방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도 교육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미뤘던 ‘버킷리스트’를 꺼내들었다. 등산이 취미인 그는 유명한 전국의 겨울 산을 등반하는 게 꿈이었다. 평소 엄두조차 못내다가 두 달 가까운 ‘방학’이 주어지면서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는 부처 복귀 전까지 10곳이 넘는 겨울 산을 정복했다.
공무원 연수 프로그램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년짜리 교육이라지만 실제 교육기간은 10개월뿐이다. 교육이 끝난 뒤 어떤 곳의 통제도 받지 않고 2개월의 자유시간을 즐긴다. 집에서 쉬며 취미활동을 하거나 해외여행을 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공무원 월급은 이 기간에도 꼬박꼬박 지급된다. 사실상 ‘유급 휴가’인 셈이다.

7일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올해 국내 장기(1년) 교육훈련 파견 중인 고위·과장급 공무원은 총 162명에 이른다. 이들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39명), 국립외교원(33명), 국방대학교(36명), 세종연구소(32명), 통일교육원(22명)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이 기관의 교육기간은 2019년 2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로, 10개월 남짓이다. 하지만 공무원의 파견 명령 기간은 2020년 1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로 교육기간보다 2개월가량 길다. 일부 기관에서는 교육 시작 10일 이전에 파견을 보내기도 한다.

파견 공무원은 최장 2개월가량 업무도, 교육도 받지 않지만 받는 공무원 월급은 거의 그대로다. 특수지근무수당이나 위험근무수당, 휴일근무수당 등 일부 수당이 제외될 뿐이다. 인사혁신처가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을 환산한 결과 수당을 포함한 공무원 평균 연봉은 지난해 6264만원(월 522만원)이었다.
정부는 파견기간에 최대 2개월가량 공백이 생기는 건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진 방학과 부처 인사 발령 등을 감안한 데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한 중앙부처 인사 담당자는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마무리 보고서를 작성하는 기간을 주는 것으로 안다”며 “고위공무원의 경우 인사를 바로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통상 부처 인사 시기와 맞물려서 파견기간을 정하고 필요할 경우 조기 복귀를 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언뜻 타당해 보이지만 파견명령을 교육기간과 맞춰 내는 기관들과 비교하면 관리가 너무 느슨하다. 경찰청과 해양경찰청, 감사원, 대통령경호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은 올해 파견명령 기간을 교육기간과 동일하게 내렸다. 반면 중앙부처는 대부분 파견명령 기간을 일률적으로 1년으로 하고 있다.
파견교육을 담당하는 인사혁신처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는 있다. 지난 2월에는 각 부처에 ‘교육기간 전후의 교육훈련 준비 및 정리 기간에 불필요한 대기기간을 갖지 않도록 최소한의 준비기간만 부여해 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까지 보냈다. 정작 인사혁신처는 올해 초 파견을 보내는 공무원의 교육기간을 2020년 2월17일까지 넉넉하게 잡았다. 실제 교육기간 만료일(2019년 12월13일)보다 두 달 이상 길다.
부처의 인사발령 문제 등을 감안해 파견교육 기간을 1년으로 할 수밖에 없다면 공무원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시간을 늘리는 것이 대안이다. 이향수 건국대 행정학 교수는 “교육이 10개월이면 10개월에 맞춰 파견명령을 내야지 사실상 두 달이나 유급휴가를 주는 건 국민 시각에서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면서 “(교육이 끝난) 두 달간 나가지 않아야 할 월급이 나가는 관행도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안용성·박영준 기자 ysah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