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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 전체를 스피커로… “화면속 새가 실제 우는 것처럼” [넘버원 코리아!... 기술독립 위해 뛴다]

입력 : 2019-09-02 03:00:00 수정 : 2019-09-01 20: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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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LG디스플레이 CSO 기술 / 디스플레이·사운드 기술 융합 / 5채널 음질까지 구현에 성공 / 화면내 사물 움직임·위치 따라 / 입체적·생동감 있는 소리 전달 / 글로벌 특허 70건 ‘독보적 기술’
LG디스플레이 박관호 연구위원(오른쪽)과 이성태 책임연구원이 지난달 22일 경기도 파주 공장 전시관에서 화면 전체를 스피커로 사용하는 크리스털 사운드 올레드 패널의 성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파주=우상규 기자

지난달 22일 LG디스플레이 경기도 파주 공장 전시실. 한쪽 면에 크리스털 사운드 올레드(CSO·Crystal Sound OLED) 패널이 비치돼 있었다. 평범한 모니터가 아니었다. 화면 자체에서 소리가 났다. 그때마다 화면 위에 놓인 작은 구슬들이 춤을 췄다. 손을 대 보니 화면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새가 날면서 우는 장면에서는 울음소리가 새를 따라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지나가는 것처럼 들렸다.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CSO 기술이었다. 이 개발을 주도한 박관호 LG디스플레이 연구위원은 “화면 속 새가 실제로 우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느냐”며 “패널 전체를 스피커로 활용해 현재 5채널 음질까지 구현할 수 있는데, 글로벌 특허가 70여건에 달하는 독보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TV의 핵심 성능은 화질과 소리다. 최근 TV 제조사들은 해상도가 8K(7680×4320화소)인 TV를 내놓고 있다. 풀HD TV보다 16배, 4K UHD TV보다는 4배 선명하다. 이처럼 화질은 빠른 속도로 진보하고 있다. 문제는 소리다. 최근 얇은 베젤과 슬림한 디자인의 TV가 개발되면서 과거 화면 좌우에 위치하던 스피커는 화면 하단부나 후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그 결과 스피커 소리는 바닥에 부딪힌 뒤 시청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웅웅거린다. 화면 쪽에 스피커를 설치하자니 디자인 측면에서 좋지 않다. 명료한 소리를 원하는 시청자들은 별도로 스피커를 구비하곤 한다. CSO 기술이 나오면서 이런 고민이 일거에 해소됐다.

일반 스피커는 주로 종이 재질의 진동판을 떨게 해 소리를 재생하지만 CSO는 진동유발장치(익사이터)를 후면 커버에 부착하고 패널 전체를 진동판으로 사용한다. 스스로 빛을 내는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이 단층구조이기 때문에 가능한 기술이다. 다층 구조인 LCD(액정화면표시장치)에서는 이 기술을 적용하기 어렵다. 두께 1㎜ 이하의 유리 기판 한장과 얇은 금속 플레이트 한장으로만 구성돼 있어 벽면 완전 밀착형 초슬림 월페이퍼 같은 첨단 디자인도 가능하다.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1월 세계 최대 가전·전자제품 전시회 ‘CES2017’에서 CSO 기술을 처음 공개했다. 당시는 스테레오 음질을 구현하는 수준이었지만 올해 1월 열린 CES에서는 5채널 음질을 구현해 화면 내 사물의 움직임이나 위치에 따라 입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사운드로 극장에서 영상을 감상하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박 연구위원은 “CSO 기술 개발에 나서게 된 것은 아내 덕분”이라고 말했다. 집에서 TV를 보다가 볼륨을 키웠더니 설거지를 하던 아내가 시끄럽다고 불평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TV의 스피커가 화면 하단부에 있기 때문에 정작 TV를 시청하는 자신보다 아내에게 소리가 더 크게 들린 것이다. 그는 “그날 전면 지향 음질을 구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2015년 박 연구위원과 이성태 책임연구원 등 5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회로 등 다른 분야 직원 100여명도 힘을 보탰다. 가장 큰 난관은 스테레오 음질 구현. 진동유발장치를 매달아놓는 기존 스피커 방식으로는 저음역대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좀체 열리지 않던 돌파구가 열린 것은 갓 입사한 막내 사원의 실수 덕분이었다. 이 사원은 “진동유발장치를 붙여놓으라”는 지시를 잘못 알아듣고 접착제를 사용해 진동유발장치를 후면 커버에 고정했다. 실수라고는 하지만 파격적인 방식이었다. 박 연구위원은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이왕 해 놓은 것이니 한번 들어나 보자는 마음으로 테스트를 했다. 스테레오가 구현되면서 저음도 살아났다. 박 연구위원은 “가장 어려운 고비를 넘어선 순간이었다”며 “그때부터 CSO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고 전했다.

현재 일본 소니 TV와 중국 업체 2곳이 CSO 패널을 수입해 프리미엄 TV를 만들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탓에 국내 TV 업체는 아직 이 기술을 가져다 쓰는 곳이 없지만 TV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로도 CSO 패널이 퍼져나가고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G8에 적용됐고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모바일 기기 화면, 게이밍 모니터, 디지털 광고판(사이니지) 등에도 조만간 상용화될 전망이다.

박 연구위원은 “CSO 개발은 디스플레이와 사운드를 결합한 대표적인 융합기술의 성공 사례”라며 “앞으로도 초극강 화질과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융합해 패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주=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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