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남편은 두 살배기 아이가 지켜보는 앞에서 여성을 폭행했다. 뺨과 머리, 옆구리를 주먹과 발로 무차별적으로 때리는 장면은 2분33초 분량의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남편은 “여기는 베트남이 아니다”며 윽박지르고 폭행을 가했다.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장면이다. 이 여성은 갈비뼈가 골절돼 전치 4주 이상의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경찰은 어제 폭행을 가한 남편을 특수상해·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고, 여성과 아들은 쉼터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악을 금치 못할 범죄 행위다. 무관용으로 경종을 울려야 한다.
이번 사건은 이주여성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됐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독버섯처럼 자라난 편견은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을 오염시키고 있다. 정헌율 익산시장의 ‘잡종강세’ 발언 파문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5월 다문화가족 행사에서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으냐”며 “똑똑하고 예쁜 애들(다문화 청소년)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판이니, 다문화가정이 겪는 차별과 학대를 어찌 해결할 수 있겠는가.
고향 땅을 떠나 머나먼 한국에 온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에 대한 차별이야말로 용납할 수 없는 인권유린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 10명 중 4명은 가정폭력을 경험했다고 한다. 폭행과 협박, 성적 학대, 언어적 폭력이 다반사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부터 약 10년간 폭행 등으로 숨진 결혼이주여성은 19명에 달한다. 가해자는 대부분 남편이었다. 언어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정 내에서조차 차별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다.
다문화가정은 급속히 늘고 있다. 전체 혼인의 7∼11%는 이민자와의 혼인이다. 다문화가정 청소년은 이제 전체 초중고생의 2.2%인 12만2000여명에 이른다. 국내 체류 외국인도 230만명을 넘어섰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다문화가정은 더 늘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다문화가정 내 폭력을 방치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반문명적 행태일 것이다. 이번 사건을 일벌백계로 다스려 다시는 결혼이주여성이 차별과 폭행에 좌절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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