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전주 완산학원 설립자가 교직원 채용과 승진 대가로 수천만원의 뒷돈을 받아 챙겨온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또 이 설립자는 교비와 법인자금 등을 빼돌려 부동산 구입 등에 사용하거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해온 사실도 밝혀졌다.
전주지검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등 혐의로 완산학원 설립자이자 재단 전 이사장인 김모(74)씨와 사무국장 정모(52)씨 등 2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은 또 범행에 가담한 김씨의 딸이자 완산여고 행정실장인 김모(49)씨와 승진을 위해 금품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로 현직 교사 A(37)씨, B(61)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 전 이사장은 학교자금 13억8000만원과 재단자금 39억3000만원 등 총 53억1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돈은 학교 물품대금을 과다 계상하거나 각종 시설공사 예산을 부풀려 지출한 뒤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김씨의 지시로 범행을 주도하고, 김씨의 딸도 이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김 전 이사장은 재단이 운영 중인 완산중학교에서 2009년부터 최근까지 매월 500만원, 완산여고에서 매월 800만원을 받는 등 2009년부터 올해 초까지 총 8억원의 학교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5년과 2016년 학교법인을 통해 완산학원 내 각급 학교 교감으로 승진한 교사들로부터 1인당 2000만원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교사 채용 과정에서 뒷돈을 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학교법인은 2008년과 2009년 교사 6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1인당 6000만원∼1억원씩 총 5억3000만원을 받았다. 이들 가운데 2명은 이미 퇴직했고 4명은 현직에 재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공소시효가 지나 전북도교육청에 해당 사실을 통보하고 조치토록 할 방침이다.

학교법인은 또 당시 완산학원 기간제 교사 채용비율은 25% 수준으로 전국 평균 15%보다 높자 이를 낮추기 위해 허위 교직원을 등재하거나 기존에 이 학교법인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친인척 등을 교직원으로 등재하는 수법으로 급여 8000만원을 빼돌린 사실도 드러났다. 기초생활 수급자·사회경제적 취약계층 등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교육복지비 등 1억3000만원도 횡령했다. 심지어 학교 급식용 쌀을 빼돌려 떡을 만들어 교직원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김 전 이사장 일가는 이렇게 해서 챙긴 돈을 부동산 구입비와 자녀 증여, 사업투자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김 전 이사장 일가가 사학을 사유화 하고 교비와 법인 자금 등을 쌈짓돈처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재단 이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이사장 지인과 친인척, 뒷돈을 건네고 자리를 차지한 교장 등으로 구성된 때문이라고 검찰은 진단했다.

김관정 전주지검 차장검사는 “완산학원이 연간 사용해온 전체 예산의 95%는 국가로부터 지급받은 것인 데도 이를 빼돌린 것은 결국 국민의 세금을 낭비한 셈”이라며 “공익 목적을 앞세운 사학을 개인의 입신영달을 위한 도구로 사용해 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학생들에게 선의의 피해를 낳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전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행 사립학교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교육감은 “사립학교 소유자 보호법이 되고 있어 국회가 하루 빨리 이를 개정해야 한다”며 “특히 사학은 자율성뿐만 아니라 공공성과 도덕성이 중요한 만큼 교직원 임용시 공립학교와 같이 엄격한 선발 과정이 필요하고, 이들에 대한 징계 의결·집행 권한을 도교육청에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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