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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酒의 순수영혼’ 소주 [명욱의 술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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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는 한국인의 애환을 담은 술이라고 이야기한다. 저렴하다 보니 가식이 적었다. 개성 있는 맛과 향이 없다 보니 음식과 매칭에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취하는 데에는 최고로 좋은 술이다. 그래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대학생들은 소주를 상자로 구입해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수년간 단순히 ‘취하기 좋은 술’이었던 소주는 1990년대부터 젊은 층을 대상으로 변화를 꾀한다. 오이소주, 레몬소주 등 소주 칵테일을 전문으로 하는 소주방이라는 주점이 등장했다. 카페와 같은 느낌의 주점으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많이 활용됐다. 최근에는 과일소주가 유행을 하면서 젊은 층을 사로잡기도 했다.

‘소주’는 매우 간단한 단어로 구성돼 있다. 구울 ‘소’(燒), 술 ‘주’(酒)다. ‘구워낸 술’이라는 의미로, 증류를 통해 만들어진 술을 뜻한다. 증류의 원리는 간단하다. 막걸리 및 청주, 와인 등의 발효주는 수분과 알코올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 두 성분은 서로 끓는 점이 다르다. 수분은 섭씨 100도이지만, 알코올은 78도 전후다. 이렇다 보니 열을 가하게 되면 알코올이 먼저 기화가 되고, 기화가 된 알코올은 미리 준비해 놓은 찬 성질의 물질을 만나 액화돼 떨어진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이러한 술을 발효주의 영혼만 뽑았다고 해 ‘스피릿’(Spirit)이라고 부른다. 우리도 술의 정신과 같다는 해석으로 ‘주정’(酒精)이라고 한다.

특히 ‘주정’이 만들어지는 다양한 모습에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증류기에 수분이 맺힌 모습을 보고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과 같다고 하여 땀 ‘한’(汗), 술 ‘주’(酒)를 써서 ‘한주’(汗酒 )라고 불렀다. 증류된 술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이슬처럼 떨어져’ 이슬 ‘로’(露)가 사용됐다. 식품명인 이기숙 명인의 ‘감홍로’(甘紅露)와 충북 무형문화재 ‘송로주’(松露酒) 등이다.

소줏고리에서 소주를 내리는 모습. 전통주갤러리 제공

현재 한국 소주가 아쉬운 것은 대부분의 소주가 농산물의 풍미를 느낄 수 없는 ‘희석식’ 소주라는 것이다. ‘희석식 소주’는 쌀뿐만 아니라 고구마 등 불특정 농산물을 발효시켜 순수한 알코올(주정)을 뽑고, 여기에 물을 섞는 술을 의미한다. 농산물의 풍미를 남겨 놓으면 제품 자체의 맛이 바뀌기 때문에 ‘풍미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깨끗해요’, ‘순수해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순수한 알코올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희석식 소주’ 시장은 최근 정체 또는 축소되고 있다. 술을 음미하지 않고 ‘부어라’ ‘마셔라’ 하는 폭력적 음주문화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고부가가치 제품이 시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의 문화, 역사, 그리고 사람과 농산물을 품은 제품이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즉, ‘고유의 향을 담고 있는 술’을 말한다. 이러한 제품은 다양한 인문학과 여행으로도 이어지며 결국 도시와 농촌의 소통으로 이어진다. 술 문화의 본질은 지역성이며, 그리고 그 중심에 농업이 있기 때문이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일본 릿쿄대학(立敎大學) 사회학과 졸업. 현재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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