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운송설비 점검을 하다가 사고로 숨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제3의 김모군, 제2의 김용균’ 사태를 막으려면 제도의 보완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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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기자회견 현장. 나진희 기자 |
우리나라는 산업재해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1위다. 보건사회연구원이 1999~2003년 통계청 사망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임시·일용직은 정규직에 비해 사망위험이 3.01배 높았다.
실제 발전소 비정규직은 업무상 재해의 주된 피해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4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발전소 안전사고는 346건으로 이 중 337건(97%)에서 비정규직이 다치거나 사망했다. 사망한 노동자 40명 중 37명(92%)은 비정규직이었다.
박준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당시 토론자료에서 “발전5사는 주요 에너지 공기업과 비교해도 간접고용 노동자의 비율이 높은 상황이나 정규직 전환에는 미온적”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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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비정규직 故김용균씨.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
전문가들은 고위험 직군의 정규직화가 산업재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홍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18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사실 정규직들도 위험한 일을 하는 산업이 꽤 있다. 그런데 정규직들이 하게 되면 잘 사고가 안 난다”며 “이유가 여러 가지인데 첫 번째는 정규직들 같은 경우 안전업무를 하다가 ‘이게 약간 위험하다’ 그러면 ‘이게 위험하니까 일할 수가 없다’라고 자연스럽게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분이 안정되어 있으니) 그런 일에 대한 권한이 상당히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사실은 비정규직이나 하청에서 일하는 분들은 시키면 일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니까 거부를 못 하게 되는 것”이라 말했다.
정 위원은 발전소 컨베이어벨트 주변에 떨어진 석탄을 손으로 줍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개선해달라는 발전소 직원들의 요구가 묵살됐다는 주장과 관련, “그게 왜 그러냐 하면 생산이 안전보다 우선시되는 이런 문화 때문”이라며 “정규직들이 일하게 되면 안전이 우선된다. 생산보다는. 그러니까 (정규직이었다면) 당연히 컨베이어벨트를 세우고 아마 들어가서 일했을 거라고 저는 확신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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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안화력 하청업체서 일하다 숨진 故김용균씨를 추모하려고 동료들이 갖다놓은 작업화. 연합뉴스 |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의 산업재해 관련 법률 체계를 수정해야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정 위원은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면 산업재해가 많이 줄어든다며 “심지어 미국 같은 나라도 원청의 공동사용자성이 있다. 선진국은 대부분 원청사용자성이 있다”며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원청과 하청을) 똑같이 처벌한다. 실제로 중대재해가 나게 되면 이 하청업체 직원의 사고이긴 하지만 원청사업장의 사고랑 똑같이 보는 거다. 모든 게 다 똑같이 다 패널티라든지 이런 것들이 공동으로, 처벌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18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지금까지 이런 사망사고 생길 때마다 입법개조만 됐다가 제대로 통과되지 않았잖은가”라며 “그래서 이번만큼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이런 걸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에서 2008년에 기업살인법을 도입해서 사망사고가 났을 경우에 사업주를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처벌 할 수 있게 했다. 영국의 산재사망률은 우리나라의 1/18에 불과하다”며 “이런 입법제정이 되지 않으면 산재사망사고 줄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근본적인 위험업무를 포함한 이런 상시지속업무는 반드시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채용하거나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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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비정규직 故김용균씨.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
상황이 이렇지만 노동자를 위한 법률들은 2년 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발의된 뒤 아직도 통과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과 일명 '기업살인법' 등 정의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을 묶어 '김용균 3법'이라고 언급하며 "사실 이 법안들은 오래전에 상정된 법안들이다. 2년 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관련 상임위에 계류 중인 법안들”이라며 "이 법안들이 통과됐다면 고(故) 김용균 노동자는 고인이 아닐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는 김용균을 지키지 못했다. 사실은 지키지 않았다는 게 맞는 말"이라며 "기업의 이윤, 원청의 갑질 때문에 노동자가 죽어나가는 이 상황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모든 정당에 호소드린다"며 "국회가 이 죽음을 진정으로 안타까워한다면,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김용균 3법'을 반드시 연내에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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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비정규직 故김용균씨.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
한편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의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씨는 지난 11일 오전 3시23분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트랜스타워 5층 내 컨베이어 점검 작업을 하던 중 연료공급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채로 직장 동료에게 발견됐다.
태안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숨진 김씨는 사고 전날인 지난 10일 오후 6시쯤 출근해 11일 오전 7시 30분까지 트랜스타워 5층 내 컨베이어를 점검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 10일 밤 10시20분쯤 같은 회사 직원과 통화 이후 연락이 안 돼 같은 팀 직원들이 찾던 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한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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