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약 이 세상에 잡스도 한 명이고, 스마트폰을 조립할 수 있는 조립공도 한 명이라면 둘은 1대1로 이윤을 나누는 것이 맞다. 그런데 현실에서 잡스와 같은 인물은 한 명이지만 조립공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그럼 한 명의 잡스와 두 명의 조립공이 스마트폰을 만든다면 이윤을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한 경제학자 중 201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이드 섀플리 교수가 있다. 섀플리 교수는 각 구성원이 기여한 바에 따라 몫을 정하는 방법으로 ‘섀플리밸류’라는 개념을 만들었는데, 기본적으로 잡스와 조립공의 평균적으로 기여한 부분을 계산해 내는 방법이다.
평균의 계산 방법이 조금 까다롭지만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잡스, 조립공1, 조립공2 이렇게 세 명이 회사에 차례로 입사하는 방법은 6가지가 있다. ‘잡스·조립공1·조립공2’의 경우에는 회사를 세우고 잡스가 가장 먼저 입사하고 다음에 조립공1, 그다음에 조립공2가 입사한다는 의미이다. 이 경우 잡스는 입사한 시점에서 이윤을 전혀 내지 못한다. 혼자 스마트폰을 조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조립공1이 입사하면 이미 입사한 잡스와 힘을 합해 스마트폰을 조립할 수 있기에 이윤이 발생한다. 다음 조립공2는 입사해도 이미 조립공1이 있기에 할 일이 없어서 기여할 수 없다. 이에 조립공1의 기여도가 100%이고 잡스와 조립공2의 기여도는 0%가 된다. ‘조립공1·잡스·조립공2’의 순서로 입사하면 어떻게 될까. 계산해 보면 이 경우 잡스가 100%가 된다. 이렇게 6가지의 경우를 모두 생각해 보면 잡스가 네 번 100% 기여를 하고, 조립공1과 조립공2는 각각 한 번 기여하게 되므로 섀플리 교수는 잡스의 기여도가 전체의 6분의 4이고 조립공은 각각 6분의 1로 계산해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조립공의 수가 3명이 되면 입사 순서의 경우의 수는 24가지로 늘어나는데 계산해 보면 잡스가 18회에서 기여도가 100%가 되므로 잡스의 몫은 4분의 3으로 더 늘어난다.
이러한 섀플리 교수의 계산 방식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담겨 있다. 하나는 잡스와 같이 스마트폰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의 숫자는 극히 적지만 조립공의 숫자는 많기 때문에 잡스의 기여가 상대적으로 높으니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또 다른 의미는 조립공이 잡스에게 너무 많은 몫을 달라고 요구하면 잡스는 언제라도 다른 조립공을 구해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는 반면 조립공은 잡스가 없으면 전혀 일을 할 수 없으므로 잡스에게 지나친 요구를 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의미다.
대한민국은 최근 기업이 생산한 가치를 어떻게 나누는가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그런데 기업의 해외 이전이나 인공지능(AI)의 발전 등에 의해 조립공의 숫자는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잡스의 몫과 조립공의 몫을 어떻게 나눌지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순구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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