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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훈 셰프의 ‘미식에 美치다’]채소의 풍미 품은…야들야들 탱글탱글

입력 : 2018-05-10 06:00:00 수정 : 2018-05-09 20: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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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로, 캐주얼 레스토랑, 다이닝, 파인 다이닝. 뻔한 음식맛에서 벗어나 새로운 입맛을 즐기고자 하는 미식가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요즘 레스토랑은 점점 업그레이드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에도 얼마 전부터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 등장하고 스타 셰프들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것은 한국인의 미각 수준이 세계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그만큼 요즘 레스토랑에서는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메뉴판을 보면 생소한 요리 이름에 머리가 아파온다.
자,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요리도 아는 만큼 맛있어진다.
대표적인 미식 몇가지만 알아도 모임에서 지인들이 나를 향해 엄치를 치켜세울 것이다. ‘요리작가’ 안충훈과 미식에 美쳐보자.


#이름도 생소한 ‘테린’ 알고 보면 편육

요리를 좀 아는 미식가라면 ‘테린(terrine)’을 모르면 ‘간첩’이다. 테린은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요리로 우리나라의 편육과 비슷하다. 편육은 돼지고기를 푹 삶아 틀에 담고 쌀가마니 무게로 눌러 고기가 서로 붙게 해 잘라내어 먹던 방식에서 유래됐다.

테린도 날것이나 조리한 식재료를 틀 또는 작은 단지에 담아 압착한 뒤 굳게 해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 만든다. 식재료는 간 고기류, 해물류, 채소 등 매우 다양하다. 비슷한 요리로 파테(pate)가 있다. 패스트리 반죽 또는 밀가루 반죽 안에 테린을 넣은 요리다.

리예트(rillettes)도 있다. 처음에는 테린처럼 비슷한 형태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고기나 내장 등을 푹 삶아서 다지거나 간 뒤 빵에 잼처럼 발라서 많이 먹는다.

2000년 초반 강원지역에서 주최한 요리 대회에서 테린을 만들다 망친 기억이 있다. 당시 요리대회 단골메뉴는 테린 또는 파테였다. 고기를 삶아서 안에 채소 등을 채우고 굳게 한 뒤 잘라 접시에 담아내는 미션인데 잘라진 단면을 김밥 자른 단면처럼 예쁘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틀에서 빼내 자르고 소스만 뿌리면 되는 작업인데 마감이 다 돼 가는 상황에서 틀에 붙어 안 떨어지자 급한 마음에 억지로 분리하다가 테린이 뭉그러져 접시에 엉망진창으로 쏟아진 기억이 있다. 그만큼 테린은 재료에 따라서 고난도 테크닉을 발휘해야 하는 것도 있다.
■문어 삶기 재료:돌문어 1kg짜리 1마리, 양파 1/2개, 당근 1/2개, 셀러리 1줄기, 마늘 5알, 통후추 1작은술, 월계수잎 2장, 화이트 와인 100mL, 레몬 1/2개, 소금 1큰술
■삶는 방법: ①문어빨판을 소금으로 문질러 닦는다. ②머리의 내장을 제거한다. ③양파, 당근, 셀러리를 듬성듬성 자른다. ④냄비에 문어가 2/3 정도 잠길 만큼 물을 넣고 모든 재료를 전부 넣어 뚜껑을 닫아 끓인다. ⑤한번 끓으면 약불로 30분 동안 더 끓인다. (문어의 중량과 크기에 따라 시간 조절을 한다. 다리와 다리 사이 안쪽 두꺼운 부분이 얇은 다리쪽과 익는 차이가 크다.)
■대추 발사믹 소스: ①씨를 분리한 대추 50g과 발사믹 150mL를 대추가 뭉그러질 정도로 끓인다. ②믹서에 곱게 갈아 완성한다.
■모스카토 소스: ①모스카토 한병(750mL)을 100mL로 끓여 졸인다. ②올리고당을 약간 넣어 단맛을 내고 믹서에 담아 감자전분 1작은술을 넣어 갈아서 걸죽한 농도를 맞추고, 식혀서 튜브에 담아 준비한다.
■테린 만드는 방법: ①문어를 뜨거운 상태에서 건져내 물기를 털어내고 다리 사이를 칼로 잘라 분리한다. ②통을 준비해 문어 다리를 두꺼운 부분과 얇은 부분을 맞닿게 일렬로 놓고 겹쳐서 쌓아올린다. 머리도 잘라 빈틈을 채워 넣는다. 뜨거울 때 해야 잘 붙고, 공기가 들어가면 재단할 때 붙지 않고 떨어진다. ③같은 크기의 통을 문어 위에 올려 문어에 하중을 가한다. ④랩으로 위에서 아래로 압박 붕대 감듯이 단단히 감싸 고정한다. ⑤실온에서 식힌 후 하루 정도 냉장 보관한 뒤 얇은 칼로 원하는 두께만큼 자른다.
#문어 테린 들어봤는가

문어는 바닷가 바위나 모래밭, 또는 100m 수심에서도 서식한다. 수명이 2~3년인데 산란 후 모성애가 강해서 부화하기까지 지키다가 부화하면 죽는다고 한다. 크기가 60cm 정도인데 왜문어, 피문어, 돌문어라 불리기도 한다.

문어는 비싼 식재료다. 이유는 타우린 등 우리 몸에 이로운 성분이 많아서다. 간을 보호하며 근육에 생기는 피로물질을 덜어준다. 또 시력을 보호하고 콜레스테롤과 노폐물을 제거해 혈관을 개선시키며 나이아신과 비타민E가 풍부해 피부 노화 억제와 피부재생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두뇌활동에 좋은 DHA와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 당뇨병 질환 예방을 하고 여성 생리불순 완화와 출산 후 약해진 기력 보충에도 좋다. 동해안에서 나는 문어가 더 맛있다. 동해안의 피문어(참문어)는 10kg 정도로 자라고 물문어(대문어)는 50kg 정도로 크는데 참문어보다 질기고 맛이 떨어진다. 또 남해안에서 주로 잡히는 돌문어는 참문어보다 질기고 감칠맛이 덜하다.

문어를 단순히 삶기만 하면 별 맛은 없다. 그래서 초장 또는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는다. 하지만 문어 테린은 채소를 함께 넣어 삶는데 특유의 비린맛도 잡고 채소의 풍부한 맛이 문어에 스며든다. 특히 테린으로 만들어 자르면 문어 다리의 단면들이 일정하게 붙어 있어 보기도 좋고 자르거나 떼어서 먹는 재미가 있다.


안충훈 셰프는 현재 서울 이태원 알트 스위스 샬레 오너셰프로, ‘레스토랑 요리따라하기’, ‘와인 안주 만들기’, ‘깊고 진한 육수백과’, ‘맛있는 소스백과’, ‘요리하는 남자’를 펴낸 요리작가다. 파인 다이닝 요리를 주로 선보이며 식재료 자체의 맛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 오늘도 맛난 식재료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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