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요, 저요, 저요···”
30일 오후 1시45분쯤 충남 공주교대부설초등학교 3학년 1반 교실. 담임인 이혜원 교사의 질문에 6개 모둠으로 둘러 앉은 23명 학생 중 상당수가 손을 번쩍 들었다. 이 교사의 호명에 자리에서 일어난 학생들은 “문화해설가가 돼 발표합니다” “노래 가사를 바꾸는 방법이요” “인터뷰로 하고 싶습니다” 등 저마다의 의견을 제시했다. 답변 기회를 얻지 못한 학생들은 곧이어 진행된 ‘발표방법 토의’시간을 활용해 모둠별로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또 자신들이 학교를 벗어나 현장을 다니며 관련 자료를 수집하거나 논의하는 모습
등이 담긴 화면을 교사가 보여주자 왁자지껄하면서도 수업에 집중했다.

23명의 학생이 ‘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을 읽고 늘 같이 붙어 다녀 ‘세박자’라는 별명을 지닌 동화 속 친구들(기웅, 동훈, 민수)의 입장이 돼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기웅, 동훈, 민수와 그들 엄마, 아빠의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다른 친구들이 이야기 속 상황에 대한 입장을 질문하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곁들인 답변을 내놨다. 주 교사는 수업의 방향만 잡아줄 뿐 사실상 학생들이 주도하는 양상이었다. 쌍방향으로 열린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교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2015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올해 초등 3·4학년, 중·고등 1학년부터 적용되는 새 교과서가 어떻게 학교 현장에서 구현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새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학생 참여를 중시하는 만큼 교과서 구성도 확 달라졌다. 이날 해당 학생들이 공부한 새 교과서도 학생들에게 ‘무엇이 궁금한지,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그래서 무엇을 배웠는지, 내 삶에 적용한다면’ 등 일련의 질문과 활동을 단계적으로 제시하며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그동안 우리 교육의 문제점 사례로 ‘질문 안 하는 아이들’이 꼽혔다. 2016년 청소년 언어문화 실태 연구에 따르면 초등 4학년부터 고등 3학년까지 342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수업 중 질문을 안 한다’가 58.5%(전혀 16.5%·별로 42%)에 달했다. 이들은 그 이유로 ‘관심과 흥미가 없어서’(26.4%)와 ‘무엇을 질문해야 할지 몰라서’(24.1%) 등을 들었다.
이날 참여 수업 후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주재한 교사·학부모·전문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새 교과서의 장점과 함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대책 마련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정혜승 경인교대 교수도 “우리 아이들이 질문을 잘 안 한다고 뭐라 하는데 학생들한테 질문할 시간과 용기를 주면 비판적인 질문도 잘 한다”며 “아이들을 믿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학생은 단지 답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탐구자이고, 교실은 학생들이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탐구 공동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원 교사는 “새 교육과정의 교과서는 교육내용이 대폭 준 만큼 생활 주변에서 어떻게 그런(교과서 주제와 연관된) 부분을 이끌어낼지 재구성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학생들이 모둠이나 짝꿍과 함께 활동하고 토의, 토론을 많이 하면서 의사소통과 협의 능력 등이 향상돼 가는 것 같다”며 “아이들도 재미있어 한다”고 전했다.
주길준 교사도 “독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아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독서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래서 독서 후 자기 생각을 얘기하고 다른 친구의 의견도 들어보면서 협력하는 자세도 자연스레 길러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새 교과서에 만족도를 표시했다. 그는 다만 “내가 자율적으로 이렇게 수업을 진행하는 게 잘 하는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이 들 때도 있다. 선생님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학교 김연화 교장은 “새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해선 수업 방식에 대한 변화가 간절하다. 그래야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얘기가 사라질 것”이라며 “현장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가르치는 데 별 어려움 없이 준비할 수 있도록 (당국이) 정보제공 시스템 등 관련 지원 체계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부총리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와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는 지금이, 학교교육의 본질인 수업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1만 시간을 노력 하면 어떤 분야든 성취할 수 있다고 하니, 초중고 수업 1만2726시간동안 우리 학생들이 무엇을 경험하고 배울 것인가를 논의하고 지원하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주=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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