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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않던 아이들은 어디로… 새 교육과정에 달라진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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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30 17:14:58 수정 : 2018-04-30 17: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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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장에 관한 이야기를 어떤 방법으로 표현해 볼 수 있을까요. 누가 말해 볼래요?”

“저요, 저요, 저요···”

30일 오후 1시45분쯤 충남 공주교대부설초등학교 3학년 1반 교실. 담임인 이혜원 교사의 질문에 6개 모둠으로 둘러 앉은 23명 학생 중 상당수가 손을 번쩍 들었다. 이 교사의 호명에 자리에서 일어난 학생들은 “문화해설가가 돼 발표합니다” “노래 가사를 바꾸는 방법이요” “인터뷰로 하고 싶습니다” 등 저마다의 의견을 제시했다. 답변 기회를 얻지 못한 학생들은 곧이어 진행된 ‘발표방법 토의’시간을 활용해 모둠별로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또 자신들이 학교를 벗어나 현장을 다니며 관련 자료를 수집하거나 논의하는 모습
 등이 담긴 화면을 교사가 보여주자 왁자지껄하면서도 수업에 집중했다. 

인근 4학년 1반 교실 분위기도 비슷했다. 주길준 교사가 23명의 아이들과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어요’ 수업을 진행한 반 전체에 활력이 느껴졌다.

23명의 학생이 ‘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을 읽고 늘 같이 붙어 다녀 ‘세박자’라는 별명을 지닌 동화 속 친구들(기웅, 동훈, 민수)의 입장이 돼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기웅, 동훈, 민수와 그들 엄마, 아빠의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다른 친구들이 이야기 속 상황에 대한 입장을 질문하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곁들인 답변을 내놨다. 주 교사는 수업의 방향만 잡아줄 뿐 사실상 학생들이 주도하는 양상이었다. 쌍방향으로 열린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교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2015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올해 초등 3·4학년, 중·고등 1학년부터 적용되는 새 교과서가 어떻게 학교 현장에서 구현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새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학생 참여를 중시하는 만큼 교과서 구성도 확 달라졌다. 이날 해당 학생들이 공부한 새 교과서도 학생들에게 ‘무엇이 궁금한지,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그래서 무엇을 배웠는지, 내 삶에 적용한다면’ 등 일련의 질문과 활동을 단계적으로 제시하며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그동안 우리 교육의 문제점 사례로 ‘질문 안 하는 아이들’이 꼽혔다. 2016년 청소년 언어문화 실태 연구에 따르면 초등 4학년부터 고등 3학년까지 342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수업 중 질문을 안 한다’가 58.5%(전혀 16.5%·별로 42%)에 달했다. 이들은 그 이유로 ‘관심과 흥미가 없어서’(26.4%)와 ‘무엇을 질문해야 할지 몰라서’(24.1%) 등을 들었다.

이날 참여 수업 후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주재한 교사·학부모·전문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새 교과서의 장점과 함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대책 마련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학부모 김은진씨는 “선생님들이 수업 준비를 잘 해줘서 보는 내내 흐뭇했고, 학생들이 참여해서 중심되는 수업을 한다는 게 큰 수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수업에선 정답이 안 정해져 있고, 아이들이 다른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아이들마다 경험이 다 다른데 하나의 책을 잃고 다른 친구의 생각도 중요하구나라는 것을 느낀 경험이 도움이 됐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혜승 경인교대 교수도 “우리 아이들이 질문을 잘 안 한다고 뭐라 하는데 학생들한테 질문할 시간과 용기를 주면 비판적인 질문도 잘 한다”며 “아이들을 믿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학생은 단지 답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탐구자이고, 교실은 학생들이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탐구 공동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원 교사는 “새 교육과정의 교과서는 교육내용이 대폭 준 만큼 생활 주변에서 어떻게 그런(교과서 주제와 연관된) 부분을 이끌어낼지 재구성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학생들이 모둠이나 짝꿍과 함께 활동하고 토의, 토론을 많이 하면서 의사소통과 협의 능력 등이 향상돼 가는 것 같다”며 “아이들도 재미있어 한다”고 전했다.

주길준 교사도 “독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아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독서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래서 독서 후 자기 생각을 얘기하고 다른 친구의 의견도 들어보면서 협력하는 자세도 자연스레 길러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새 교과서에 만족도를 표시했다. 그는 다만 “내가 자율적으로 이렇게 수업을 진행하는 게 잘 하는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이 들 때도 있다. 선생님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학교 김연화 교장은 “새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해선 수업 방식에 대한 변화가 간절하다. 그래야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얘기가 사라질 것”이라며 “현장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가르치는 데 별 어려움 없이 준비할 수 있도록 (당국이) 정보제공 시스템 등 관련 지원 체계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부총리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와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는 지금이, 학교교육의 본질인 수업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1만 시간을 노력 하면 어떤 분야든 성취할 수 있다고 하니, 초중고 수업 1만2726시간동안 우리 학생들이 무엇을 경험하고 배울 것인가를 논의하고 지원하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주=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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