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성 고용률이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 월평균·시간당 임금이 증가했지만, 비정규직 비중도 함께 늘었고 남성과의 임금격차는 여전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고용률은 전년보다 0.3%포인트 증가한 50.2%로, 사상 처음 50%를 넘어섰다. 남성 고용률(71.1%)과의 격차는 20.9%포인트로 좁혀졌고, 실업률은 3.6%로 전년과 동일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후반 여성 고용률이 69.5%로 가장 높았고 40대 후반(68.6%), 50대 전반(65.9%) 순이었다. 결혼·임신·출산·육아로 경력단절이 주로 발생하는 30대 후반에 고용률이 56.5%로 떨어졌다가 40대에 다시 오르는 'M자형' 패턴을 보였다.
임금근로자 비중은 77.2%로 전년보다 0.8%포인트 증가했고, 남성(72.5%)보다 4.7%포인트 높았다. 상용근로자는 비중은 44.7%로 남성(53.0%)보다 낮았고, 임시근로자는 27.5%로 남성(13.6%)보다 많았다.
임금근로자 가운데 정규직은 59.0%, 비정규직이 41.0%였다. 비정규직 비율은 전년보다 0.9%포인트 늘어 같은 기간 0.1%포인트 감소한 남성과 대조됐다. 여성 비정규직은 50대가 22.4%, 40대와 60대가 각각 21.4%를 차지했다.
시간제로 일하는 여성은 전년보다 14.5% 늘어난 177만2000명이었다. 전체 비정규직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0.1%로 처음 50%를 넘었다.
1인 이상 사업체의 여성 임금은 월평균 186만9000원이었다. 전년보다 8만8000원 늘었지만 남성 임금의 64.1% 수준이었다. 시간당 임금은 780원 증가한 1만1507원이었지만, 남성과 비교하면 68.4%에 그쳤다.
여성 임금근로자의 64.3%는 국민연금에, 67.0%는 건강보험에 가입했다. 고용보험 가입률은 64.8%였다. 사회보험 가입률은 전년보다 각각 2% 이상 증가했지만, 남성에 비하면 모두 10%포인트 이상 낮았다.
◆女 고용 늘리고 고령자 은퇴시기 늦추면 경제성장률 0.3% ↑
여성 고용을 늘리고, 고령자 은퇴시기를 늦출 경우 경제성장률을 최대 0.3%포인트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여성 고용률을 남성 수준까지 올리면 연평균 0.2%포인트씩 가장 안정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고 전망됐다.
최근 김상미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산업동향&이슈’ 창간호에 실린 ‘생산가능인구 변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생산인구 감소로 노동력이 줄면서 2020년대부터는 경제성장률에 대한 노동기여도가 ‘마이너스(-)’로 반전한다. 노동력 감소는 경제성장률을 2020년대에는 0.7%포인트, 2030년대 1.0%포인트, 2040년대 0.9%포인트, 2050년대에는 1.0%포인트 각각 떨어뜨릴 것으로 추산됐다.
노동력을 늘리려면 출산율을 높여야 하는데 단기간 내 목표를 달성하는 건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는 고령 인구와 여성, 해외인력을 노동시장에 공급하는 방안이 있다.
현행 65세인 은퇴 시기를 69세로 늦춰 고령 인구를 경제활동에 참여시킬 경우 성장률을 0.1~0.3%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다만 2020년대는 효과가 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해 장기적인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

여성 고용률을 올해부터 0.4%포인트씩 높여 2060년 여성 고용률이 남성 고용률과 유사한 수준까지 올라갈 경우 성장률은 연평균 0.2%포인트씩 안정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번째로 낮다. 해외노동자가 2020년 11만명, 2030년 7만6000명, 2060년 7만명 순유입될 경우 성장률은 연평균 0.1~0.2%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
◆女 경제활동 참여, 경제성장 촉진하고 사회불평등 감소시켜
얼마 전 방한했던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노동인구 감소, 생산성 둔화 등 한국 경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정책 지원을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9월11일 라가르드 총재는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에 있어 여성 참여는 성장을 촉진하고 불평등을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저출산 및 고령화로 우리 경제의 생산성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여성 고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민간에서도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계적으로 봐도 우리 경제의 여성 고용률은 낮은 수준에 속한다. 지난 2014년 기준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54.9%로 △노르웨이(73.4%) △스웨덴(73.2%) △독일(69.5%) △영국(67.8%) △일본(63.6%)보다 크게 낮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기 어려운 한국 노동시장 환경 탓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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