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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리학을 비판한 유교 개혁자 [이탁오와 조선의 실학]

입력 : 2017-10-07 13:23:02 수정 : 2017-10-07 13: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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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신용철/ 탐구당 / 1만5000원
양명학자 이탁오(李卓吾, 1527-1602)는 시대를 뛰어넘는 사상가다. 16세기 명말 학자인 그는 봉건질서를 비판한 해방 유학자로, 낭만적 문학가이자 비판적 역사가다. 군자의 예보다는 농업·상업과 같은 실용적 학문을 중시하고, 남녀평등·계층평등을 외치며 전통 가치에 반기를 든 인물이다. 이탁오에 대한 중국의 평가는 대단하다. 중화인민공화국에서는 중국 역사상 83명의 영걸 중 하나로 꼽는다. 그에 대한 평가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묘에 세워진 묘비에 그대로 드러난다. ‘일대종사 이탁오선생지묘(一代宗師 李卓吾先生之墓)’. 반봉건 투쟁의 선구적인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라는 역사적 평가다. 이탁오는 유독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사상이 유물주의에 가깝기 때문일 수도, 양명학에 가깝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성리학이 지배한 조선사회에 비집고 들 틈도 좁았다.

‘성리학을 비판한 유교 개혁자 이탁오와 조선의 실학’(신용철 저, 탐구당)은 그의 사상과 조선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조선의 진보적 학자들에게 어떻게 수용되었는지 자세히 다루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이탁오와 동시대를 34년 함께 살았던 초시대적 자유사상가 허균(許筠)이다. 그의 진보적인 정치사상과 종교관, 문학관, 여성관은 이탁오로부터 영향을 크게 받았다. 허균은 ‘한국의 이탁오’로 불릴 정도로 과격했다. 허균은 좌절했지만 그의 사상은 꺼지지 않은 불씨로 남아 지봉 이수광,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영제 이건창 등 실학의 선구자들에게 계승됐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임진왜란 후 조선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한 ‘홍길동전’을 저술한 허균과 이탁오의 사상적 고리를 찾는다. 실학의 선구자인 이수광, 박지원, 정약용, 이건창 등과의 관계도 고찰한다. 또 ‘삼국지’와 ‘수호전’ 등 서민문학에 영향을 미친 이탁오의 사상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뤘다.

이탁오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대화는 독특한 구상이다. 저자는 이를 가상(假想)이라고 하면서도 ‘가능한 생각(可想)’ 이라고 했다. 이탁오가 추구한 인간의 지극한 본심인 ‘동심(童心)’과 충무공의 더할 나위 없는 진실한 뜨거운 조국애는 같다는 생각에서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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