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31)씨는 "국가에서 강제로라도 휴가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테면 '겨울휴가'라고 해서 연말에 5일(평일)은 의무적으로 쉴 수 있게끔 제도화해야 한다"며 "일반 서민들은 평생 노예처럼 일만 하다 죽으려고 태어난 게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C(35)씨는 "우리나라는 뼛속부터 바뀌어야 한다. 무조건 빨리빨리 문화, 군대식 문화 등은 한국이 아직 후진국이라는 증거"라며 "휴가 가봐야 그때뿐이다. 그간 쌓인 일하기 위해 야근하고, 주말에 출근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D(40)씨는 "노동자는 넘쳐나고, 기업은 적으니 노동자들이 개, 돼지 취급 받는 것"이라며 "일본처럼 인구가 줄어들어 일손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노동자들이 더 사람 대접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E(46)씨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일하는 능률이 많이 떨어진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미국 같은 경우 근무시간 중 커피 마실 여유가 없을 정도로 일에 매달린다고 들었다"며 "그렇다보니 주요 선진국과 한국 근로자의 능률을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서로 환경이 다르고, 잣대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상당수 근로자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지 못한 채 하루 하루를 겨우 버텨내고 있다.
15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2015년 기준 연간 2113시간 일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노동시간인 1766시간 보다 347시간 더 많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1년 동안 80% 이상 출근하면 15일의 유급휴가를 준다. 80% 미만 출근한 근로자도 1개월에 1일씩 유급휴가를 받는다.

그러나 15일을 다 쓰는 근로자는 많지 않다. 고용노동부의 2014년 '기업체노동비용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에게는 1년에 평균 14.2일의 휴가가 주어지지만, 그 중 8.6일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나 직장 상사 눈치가 보이고, 일도 많기 때문이다. 전체 직장인 수 1928만명의 미사용 휴가 일수 5.6일을 합치면, 총 1억일에 해당하는 휴가가 증발한 것이다.
지난해 한 온라인 여행사가 전 세계 28개국의 유급휴가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도 유사했다. 한국인의 유급휴가 일수는 8일로, 전 세계 유급휴가 사용일 수 평균인 20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조사대상 국가 중 휴가 사용일 10일 미만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조사 결과 한국인들은 휴가를 쓰지 못하는 이유(중복응답)로 '빡빡한 업무 일정과 대체 인력이 부족해서'를 1위로 꼽았다.
한국인들은 휴가 중 매일 1회 이상 업무를 확인한다는 사람은 88%로 나타나 전 세계 평균인 64%보다 높았다.

휴가 사용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69%였으며,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휴식이 충분하지 않으면 일을 할 때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52%였다.
한국 근로자들이 휴가를 더 많이 쓰기 위해서는 휴가를 '노는 것'에서 '재충전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등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기업은 근로자들이 연차를 많이 사용할 수 있게끔 독려해야 한다며 휴가를 가면 근로자의 삶의 질이 높아져 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주문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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