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등 11개 미래에셋 계열사의 자본금은 13조8000억원에 이른다. 20년 전 8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미래에셋벤처캐피탈(현 미래에셋캐피탈)의 자본금 100억원과 비교하면 1380배 커졌다. 직원도 1만1600명으로 늘었다. 미래에셋그룹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보험사의 전체 운용자산(AUM)을 단순 합산하면 368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1년 예산과 맞먹는 수준이다.
미래에셋그룹은 업계 1위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11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21위)으로 급성장했다. 미래에셋그룹의 성장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국내 첫 뮤추얼펀드인 ‘박현주 1호’가 대박을 터트리면서부터 시작됐다. 판매 첫날부터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이 상품은 판매 개시 3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목표 설정액 500억원을 채우며 빅히트를 쳤다.
미래에셋은 최근 네이버와 1조원 규모의 전략적 제휴를 전격 발표했다. 양사는 금융분야와 관련된 인공지능(AI) 공동연구, 스타트업 기업 공동발굴과 투자 등 4차 산업혁명 동맹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금융과 정보기술의 융합을 통한 4차 산업혁명의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향후 비정상적인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입각 전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활동할 당시 “미래에셋그룹의 소유구조와 지배구조는 다른 재벌그룹이 지배와 상속을 위해 써온 각종 편법을 총망라한 것”이라며 “몇 대째 내려온 삼성 등 다른 재벌그룹보다 못하다. 비정상적이며 지속가능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컨설팅과 미래에셋펀드서비스, 미래에셋캐피탈 등 지배주주 일가의 가족 회사들이 지주회사 규제를 피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자회사 지분가치를 총자산의 절반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매년 불필요한 단기차입금을 조달하거나 지분 조정을 통해 1대 출자자가 아닌 2∼3대 주주로 바꾸는 편법으로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박 회장은 지주회사 전환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박 회장은 자신의 저서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서 “지금의 금융지주회사 모델은 자칫하면 급성장하는 금융회사들의 M&A 타깃이 될 수도 있다. 하루빨리 과거 지향적인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와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이 도입되면 사각지대에 있는 비금융 계열사들을 보유한 미래에셋그룹이 첫 타깃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미래에셋은 지배구조와 관련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 연내에 증자를 추진할 방침이지만 아직 그 대상과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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