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브렉시트 이후 어느 때보다 (EU 통합을 바라는) 유럽 지도자들은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의 EU 탈퇴를 외친 자유당이 총선에서 ‘찻잔 속 태풍’에 그쳤고, 프랑스 대선과 독일 총선에서 EU 통합을 공약으로 내건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과 마르틴 슐츠 전 유럽의회 의장이 돌풍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EU는 유럽 내 포퓰리즘 거부감 확산 심리를 기회로 판단해 각종 통합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EU는 우선 이르면 이달 말 본격화할 브렉시트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조치를 신속히 마련했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협상단 사무실은 소통 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각국 대표 실무진이 접근하기 편한 곳에 마련됐다. 또 EU 단일시장 외에 에너지·디지털 서비스 분야 등 민감한 부분은 협상 우선순위에서 배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협상팀은 우왕좌왕하지만 EU 협상단은 잘 훈련되고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EU는 트럼프 행정부 등장, 브렉시트로 불거진 고립주의를 경계하며 자유무역의 경제적 혜택을 적극 강조하는 방향으로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 EU는 일본,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독자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다.
네덜란드 총선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지만 EU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유로존 역할에 대한 합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EU를 주도하는 독일 등은 국경을 개방하는 솅겐조약처럼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방식을 선호하지만 동유럽 국가들은 EU 역할이 좀 더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채무 위기 등 경제 충격에 유로존이 공동 대응해야 할지 여부에 대한 합의도 필요하다. WSJ는 EU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EU가 오는 5월 실업보험 및 유로존 국가들의 자산을 통해 만든 공동 유동화 채권 발행 계획을 밝히는 등 경제적 통합 청사진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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