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이 10일 개최한 국제학술회의 ‘동서양 기록문화의 과거와 현재’의 ‘동서양의 왕실 아카이브’ 섹션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왕실 도서가 형성되는 과정을 추적한 논문이 발표됐다.
한중연 옥영정 교수는 논문 ‘조선궁궐의 장서각과 장서관리의 전통’에서 세자의 교육을 담당했던 시강원이 책을 수집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시강원의 장서각은 “오랜 기간 단일 기구로서 존재했고, 궁궐 내 각 장서처에 비해 존치기간이 길어 장서량이 많다”는 점에서 왕실 도서의 형성과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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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강원 장서각 조선시대 세자 교육을 담당했던 시강원의 장서는 ‘춘방’에 보관됐다. 역대 왕조는 서적 수집에 큰 관심을 가졌고, 궁궐의 곳곳에 장서각을 설치해 거대한 도서관과 같은 역할을 했다. 창덕궁을 그린 ‘동궐도’의 춘방 부분.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
옥 교수는 장서 수집의 또 다른 통로로 중국에 파견한 사신을 들었다. 1669년 현종 10년, 시강원은 서적이 본래 적은 데다 “중국판에 이르러서는 더욱 갖춘 바가 없어서 참고하여 살펴볼 적에 항상 너무 간략함을 근심한다”고 불평했다. 그러면서 “사신이 중국으로 갈 때 돈을 충분히 내려 책을 구해올 수 있게 하는 게 어떠냐”고 청했다. 옥 교수는 “필요한 서적이 있을 때마다 해당 관창에서 사신 가는 편으로 부탁하여 구입하였음을 알 수 있다”며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시강원의 장서인이 날인된 현존 규장각 소장의 중국본은 40종 이상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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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강원 아패 시강원에서 책을 빌릴 때 사용했던 ‘아패’.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
기증은 러시아 공공도서관이 서적을 확보하는 주요한 수단 중 하나였다. 러시아에서는 다양한 서적을 소장했던 개인들이 공공도서관에 책을 내놨다. 19세기에는 탄광 엔지니어였던 프롤로프로가 160여점의 고문서를 기증했다. 러시아 정교회의 11대 선교국장으로 중국에 파견되었던 대수도원장 표토르는 중국, 만주, 몽골의 언어로 된 50점의 목판화를 증정하기도 했다.
전리품으로 확보한 서적이 도서관의 책장을 메우기도 했다. 1830년 폴란드의 ‘11월 반란’이 러시아 병력에 의해 진압된 뒤 반란 주동자와 일부 기관들의 소유물이 국가 재산으로 귀속되었는데 이 중에는 많은 책이 있었다. 이 책들은 훗날 폴란드로 돌려주게 된다. 러시아의 도서관이 황금기를 맞은 1851∼1880년 사이 러시아 정부는 구매를 통해 도서를 크게 확충했다. 4개의 고대 시리아 사본들은 이탈리아의 ‘사르디니아 시민’으로 알려진 아우구스트 파소로로부터 사들인 것이다. 이 중 하나는 462년 유세비오스가 쓴 교회사의 시리아 역본으로 도서관이 소장한 것 중에 가장 빠른 시기의 작품이다. 1853년에는 역사가 미하일 포고딘 소유의 2000여개 러시아 고문서와 1500개의 증서를 구매하기도 했다. 올라 바실리바 연구원은 “러시아 국립도서관의 사본 관리국은 유럽의 모델을 본받아 보편적이고 다문화적이며 초국가적인 도서 저장소로 만들어져 왔다”며 “러시아 군주들의 강력한 지지와 적극적인 지원 아래 이루어진 것”이라고 소개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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