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여명이 결승선을 통과했을 무렵, 결승선을 코앞에 둔 한 선수가 갑자기 주저앉았다. 겨우 일어났지만 다시 쓰러졌다. 다리에 쥐가 나 도저히 일어설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그는 엎드려 바닥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기어서 결승선을 통과했고 이를 지켜본 이들은 기립박수를 쳤다. 그는 이란 선수 모하마드 자파르 모라디다. 126위였지만 그에게 순위보다 중요한 것은 완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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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체육부장 |
17일 동안 감동과 열전의 드라마를 펼친 리우 올림픽이 22일 막을 내렸다. 모라디와 브루노뿐만 아니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올림픽 이념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장면들이 쏟아져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대표적인 선수가 육상 여자 5000m 예선에서 넘어져 부상당한 뒤에도 서로를 격려하며 완주한 니키 햄블린(뉴질랜드)과 애비 다고스티노(미국)다.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제대로 보여준 이 둘은 이번 올림픽 페어플레이어상에 이어 23일 쿠베르탱 메달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 체조 대표팀의 여고생 이은주(17)가 북한 체조선수 홍은정과 함께 다정하게 찍은 셀카 사진 역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위대한 몸짓’이라고 치켜세울 정도로 올림픽 기간 내내 화제가 됐다. 역시 이념과 정치를 뛰어넘은 위대한 올림픽 정신으로 꼽을 만하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 금메달 10개 이상을 따내 10위 안에 들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금메달 9개와 종합순위 8위로 금메달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상관없다. 국민이 금메달에 열광하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기 때문이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는 개인종합 4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두 차례의 올림픽 도전을 마친 뒤 “나에게 100점을 주고 싶다”고 당당하게 외쳤다. 패배가 거의 확정적이던 순간에 “할 수 있다”는 주문을 외우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펜싱 박상영은 경기가 끝난 뒤 “세계인의 축제에 걸맞게 즐겼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이제 국민도 우리 선수들도 안다. 올림픽 메달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고 위대하다. 리우 올림픽에서 감동의 드라마를 선사한 모든 선수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최현태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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