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도 이젠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볼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정부는 에너지 신(新)산업 투자 재원 문제 등 제도 개편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종합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당장 개편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은 2007년부터 현재까지 6단계의 누진요금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최저구간과 최고구간의 누진율은 11.7배다. 이로 인해 월평균 전력소비가 100kWh 이하면 원가의 절반도 안되는 요금을 내지만, 구간이 높아질수록 가격 또한 몇 배씩 뛰어오른다.
반면 산업용 전기요금에는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시민들이 공동 행동에 나섰다. 한 포탈사이트 토론방에서는 최근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청원이 시작됐다. 청원인은 "가정용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청원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당장 제도 개편을 하는 것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가 누진제를 개편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가정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한 취지는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이고 고소득층의 전기사용을 억제하자는 것인데, 섣불리 개편하면 '부자 감세' 효과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게다가 누진제로 발생하는 재원을 에너지 신산업 육성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전기요금을 낮출 경우 이를 대체할 방안 또한 마련해야 한다. 제도 시행 기관인 한국전력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10년째 유지해 온 전기요금 체계를 이제는 바꿀 데가 됐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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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노인정에서 할머니들이 선풍기 2대에 의지한 채 힘겹게 무더위와 싸우고 있다. 이 노인정은 그나마 있던 냉장고는 고장이고 에어컨은 전기세가 부담스러워 사용조차 못하고 있었다. |
애초 취지였던 소득 재분배 효과는 점점 떨어지는 반면, 오히려 저소득층에만 절약을 강요하는 상황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가구당 월평균 전력사용량은 1998년 163kWh에서 △2006년 220kWh △2014년 226kWh로 증가했다. 전력 소비량이 300kWh를 초과하는 가구 비중 또한 같은 기간 5.8%에서 22.6%, 28.7%로 늘었다.
즉, 현 제도가 저소득층에게 결코 유리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소득층에는 복지할인요금이 적용되지만 장애인 가구처럼 전력사용이 많을 수밖에 없는 가구는 누진제로 인해 원가 이상의 요금을 내야만 하는 실정이다.
결국 현 시스템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대상은 선풍기조차 없는 쪽방에서 거주하는 장애인이 아닌, 고급 오피스텔 등에서 거의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고 사는 ‘고소득 1인 가구’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기요금 누진제를 버티다 못한 일부 시민들이 피해소송에 나섰다.
법무법인 인강에 따르면 한국전력(한전)을 상대로 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에 지난 6일 하루에만 무려 700여명이 신청했다.
원고는 누진제를 명시한 한전의 '전기공급 약관'이 위법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누진제 개편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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