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평생 자다가 ‘가위’에 한 번 안 눌려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의학적 용어로 ‘수면 마비(Sleep Paralysis)’라 지칭되는 가위 눌림은 자던 중에 예기치 못하게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정신은 깨어 있으나 몸은 움직일 수 없고 말도 할 수 없다. 보통 몇 초 동안 지속되지만 종종 오랜 시간 진행될 때도 있다. 금방 잠들었을 때나 막 잠에서 깨어났을 때 자주 겪는다.

대부분의 사람이 가위에 눌리면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없다. 깨어나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다시 누워있는 상태가 반복되기도 한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가위 눌림의 원인이 귀신, 신 같은 초자연적인 것들과 관계돼 있다고 믿었다. 특히 고대 그리스 시대엔 자는 동안 악마가 수를 써 사람들을 괴롭힌다고 여겼다. 하지만 악마의 술수는 새벽녘 수탉이 처음 ‘꼬끼오’하고 울면 풀려야 했기에 결국 미신으로 치부됐다.

현대에 들어서는 ‘몸은 자고 있지만 정신은 깨어 있기 때문에 가위에 눌린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따라서주로 막 잠들었을 때나 잠에서 깬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가위’에 눌릴 확률이 높은 것이다. 이때 신체는 꿈을 꾸는 상태로 알려진 렘(REM) 수면일 때가 많으며 평소와 다른 이상 현상을 경험한다.
그렇다면 ‘가위’에 눌렸을 때 주변에 보였던 귀신이나 이상한 물체는 무엇일까? 그것들은 뇌가 만들어낸 허상이다. 생생하게 느껴지는 건 당신이 ‘자각몽(Lucid dream)’을 꾸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각몽은 수면자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는 꿈을 말한다.
가위에 눌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수면의 질을 높이는 상식적인 방법부터 실천하라고 전한다. 충분히 잠을 자야 하고, 마음의 불안을 덜어야 한다. 자기 전에 공포 영화 등을 보는 것은 금물이다. 낮 동안 있었던 고민 거리나 스트레스도 자기 전에 되도록 털어버려야 한다. 그래도 숙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평소 복용 중인 약 성분을 살펴보고, 증상이 심하다면 의사와 상담을 해야 한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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