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중구 덕수궁 옆의 주한 미국대사관저를 방문한 시민들이 다양한 표정으로 저녁 시간을 즐겼다. 이날 사상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 미대사관저를 찾은 시민들은 마냥 신기해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의 모형 인형을 사이에 두고 사진을 찍는 부부와 연인들도 많았다.
오후 6∼8시 개방 시간에 이곳을 찾은 시민은 대략 2000명이었다. 대사관저 앞은 오후 5시부터 현장을 살피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그나마 시민 500여명은 시간 제약 때문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시민들은 ‘주인’인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가 관저를 비운 시간에 한옥의 정취에 빠져들었다. 미 대사관저는 서울의 외국대사관저 중에서 한국의 전통 가옥 모습을 지닌 유일한 공관이다. 세계 각국에 산재한 미국의 대사관저 중에서도 최초로 주재국의 전통 건축양식을 따라 지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883년 고종의 명으로 건축된 것으로 알려진 이곳은 조선이 서양인에 매각한 최초의 부동산이다. 미국 정부가 해외에 소유한 공관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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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중구의 ‘정동 야행’ 축제의 하나로 열린 주한 미국대사관저 개방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관저 내부를 둘러보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의 모형 인형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 대사관저는 30일 오후 2∼6시에도 개방되며 선착순으로 방문객을 받는다. 이재문 기자 |
이날 공개된 곳은 하비브 하우스 정원과 구한말 미국공사관으로 사용됐던 게스트하우스(영빈관)이다. 옛 공사관의 내부는 한옥과 서양식이 결합한 느낌이었다. 이곳에서 잠을 청했다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와 지미 카터 등 전 미국 대통령들은 한국의 여유를 느꼈을 것이다. 솟을대문과 격자창, 문고리 등이 주는 감흥이 있었을 터다. 미대사관저는 ‘ㅁ’자 모양새다. 안뜰에는 포석정을 재현한 연못이 자리하고 있다.
안전을 우려해 이날 시민들은 소지품 등을 검색대에 올려놓는 등 보안검사를 통과한 뒤에 입장했다. 안전 문제로 대사의 침실로 쓰이는 하비브 하우스 본체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행사를 지켜본 최창식 중구청장은 “미국대사가 한옥에서 머문다는 사실에 시민들이 놀라워하면서 즐거워하는 것 같다”며 “덕수궁 돌담길의 분위기와 대사관저가 잘 어울린다고 평가들을 해 주셨다”고 밝혔다.
미 대사관저의 개방은 서울 중구가 이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준비한 ‘정동야행’ 축제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최 청장은 “미국대사관에 세 번 요청한 끝에 개방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대사관저는 30일 오후 2∼6시에도 개방된다. 선착순으로 방문객을 받는다. 서울시와 중구는 이와 별도로 각 기관과 협조해 덕수궁, 성공회서울대성당, 시립미술관, 정동제일교회,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등도 오후 10시까지 문을 열기로 했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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