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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점(占)'에 점점 빠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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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05 12:57:00 수정 : 2015-02-10 14: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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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도대체 여자친구가 언제 생길까요? 38년째 솔로에요!"

#1. 이른바 ‘모태솔로’ 김모(38)씨는 지난 주말 서울 강남역 대로변에 있는 점(占)집을 찾았다. 소개팅과 미팅 등 온갖 ‘팅’은 다 해봤지만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아서다. 김씨는 “부모님께서 마흔 되기 전에 빨리 장가가라고 성화를 내신다”며 “노력해도 안 생기니 정말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2.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중인 대학생 이모(29)는 매년 세 번 사주를 보고 여섯 번 이상 타로카드 점을 본다. 이씨에게 사주·타로 카페는 팍팍한 취업 준비 생활에서 활력을 찾는 상담소다. 그는 “지난해에는 공채 시작 전 사주 운세를 봤고, 최근 면접을 앞두고 타로를 보러 갔다”며 “좋은 얘기를 듣고 나면 마음이 든든해진다”고 흡족해했다.

#3. 대학생 박모(27)씨는 지난달 취업 동아리 회원들과 서울 신촌의 한 타로카드 집을 찾아 신년 운세를 봤다. 졸업을 앞두고 불확실한 취업전선이나 자신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까 기대하며 ‘의심 반·기대 반’으로 타로카드 집을 방문했던 것. 박씨는 “조금이라도 미래를 엿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찾았는데 ‘올해는 반드시 취업이 될 것’이라는 점괘를 받고 안심이 돼 취업준비에 열중하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점집을 종종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 점집을 찾는 20·30대들이 크게 늘고 있다. 어두컴컴한 골방에서 값비싼 돈을 내야 하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점집들도 이제 ‘양지’로 나온 것도 한 몫 했다. 오히려 젊은 층의 ‘힐링(Healing)’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는 추세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 남녀 1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6명이 점이나 사주를 본다고 한다. 또 관련업계에서는 한국에서 점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4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점 산업의 규모는 약 4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인터넷의 발달로 급속히 늘어난 온라인·모바일 점 산업의 규모를 살펴보면 연 2조원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나아질 기미가 없는 불확실한 상황 때문에 대학교 졸업을 앞두거나 이미 졸업한 20•30대들이 점집과 역학연구소를 찾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역술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끼리 재미 삼아 사주를 보러 오는 일이 대다수였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 부쩍 부모님을 모시고 와 자신의 진로와 ‘관운(官運;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운)’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젊은 층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 점집 찾는 20·30대 ↑…사회 전반에 만연한 소통 부족도 원인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사회 전반에 만연한 소통 부족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답답하고 화가 나는 일이 생겼을 때 매번 친구에게 고충을 토로할 수도 없고, 교수님이나 선배 등에게 고민을 얘기해봐야 ‘너 땐 다 그런 거야’,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니다’라는 어설픈 위로만 돌아올 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하지만 이 같은 경향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점집에서 평소에는 하기 힘든 얘기를 털어놓고 상담을 하는 것은 좋지만, 이것이 지나쳐 점괘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며 과하게 의존적인 성향을 보이는 경우도 있어서다.

경력 15년차의 역술가 A씨(55·여)는 “사주카페 손님은 재미로 오는 사람과 심각하게 오는 사람 등 두 가지로 나뉘는데, 전체 상담의 10% 정도인 남성 손님은 대부분 후자”고 설명했다. 남성들이 타로보다 사주나 신점에 몰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주카페 한 관계자는 “심각한 고민을 안고 온 사람일수록 역술학적 근거가 있는 사주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 결국 미래를 만들어 가는 건 본인의 의지·노력

이런 가운데 역술가를 희망하는 사람의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60대가 가장 많고, 위로는 80대까지 역술가로 활동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20대까지 연령대 폭이 확 넓어졌고, 젊은 층의 지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많은 사람들이 점괘만 무조건적으로 믿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그렇다고 현실을 게을리하지는 말아야 하며, 부단히 노력해야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어 “점을 본다는 것은 우리 삶에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위약 효과)'와 마찬가지인데, 나쁜 점괘가 나왔다면 그런 결과가 현실로 다가오지 않도록 지금보다 좀 더 노력하고, 좋은 점괘가 나왔다면 거기서 긍정적인 힘을 얻어 더욱 열심히 오늘을 살아가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어려운 일이나 잘 풀리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점을 봄으로써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얻는 것은 좋지만, 결국 그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 자신의 의지와 노력이라는 것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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