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다. 혼자 하기 힘든 일도 함께 하면 훨씬 수월하다는 얘기다. 길을 가다 한 명이 넘어지면 동반자가 잡아주면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존재가치가 ‘이윤’이라고 하지만, 시대가 달라지면서 기업들의 마인드도 바뀌고 있다. 지역사회·주민과 함께 행복을 나누고 동반성장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바로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상생(相生)’이다.
‘나눠 주는 것’ 자체는 기업이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가 있다. 한편으로는 이 같은 나눔이 기업들로 하여금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결국 나눔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경영활동인 동시에 미래를 내다보는 가장 확실한 투자인 셈이다.
지난해 남양유업의 사태에서 보듯 ‘갑-을 문화’는 고속성장시대가 빚어낸 우리 사회의 ‘독버섯’으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대상이다. 기업들이 1∼2년이 아닌 먼 미래를 내다보고 나눔 경영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병폐를 깨트리고 함께 가는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기업은 신뢰를 먹고 산다. 이윤 추구를 넘어 임직원과 주주, 지역사회, 시민들과 신뢰를 쌓아갈수록 기업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최근 기업들의 나눔경영은 바야흐로 ‘경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회성·시혜성 이벤트에서 벗어나 조직을 만들어 지원을 강화하고 예산을 대폭 늘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나눔의 유형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과거처럼 직원들의 봉사활동이나 기부형태도 있지만 시대적 흐름과 기업 특성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직접 협력회사를 돕는 기업도 있고 봉사단을 설립해 지역사회와 공생하는 사례도 있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나눔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이런 가운데 유통업계는 따뜻한 감성에 호소하는, 이른바 ‘웜(Warm) 마케팅’을 통해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녹이기 위한 다양한 소통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웜 마케팅’이란 가족·나눔·정(情) 등과 같은 감성적인 키워드를 내세워 소비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친근함과 유대감을 부여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정서와도 잘 맞는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휘슬러코리아는 최근 가족의 소중함을 담은 아트 캠페인 ‘솔라 패밀리(Solar Family)’를 선보였다. ‘솔라 패밀리’는 휘슬러코리아가 2010년부터 선보여온 파격적인 아트 캠페인 ‘휘슬러 인 판타지(Fissler in Fantasy)’의 ‘예술과의 협업’이라는 형식은 유지하면서도 ‘여성의 삶과 영감’을 주제로 한 기존과는 달리 그 주제를 ‘가족’으로 확장하여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특징이다.
제일모직은 패션사업본부 60주년을 기념해 최근 의미 깊은 매장을 열었다. 제일모직이 지난달 15일 삼청동에 개장한 ‘하티스트 하우스(HEARTIST HOUSE)’는 즐거운 나눔을 실천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로, 이곳에서 판매되는 의류 및 패션 아이템의 이익금은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위해 전액 사용할 계획이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개점 15주년을 맞아 지난 1일 서울 대학로에 국내 최초로 ’커뮤니티 스토어’를 열고, 매장 수익의 일부를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공헌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해당 매장에서 고객이 구매하는 모든 품목 당 300원을 적립해 기금을 조성하고, 모인 기금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전달돼 청년 인재양성 프로그램 운영에 사용될 계획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