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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일등이면 뭐 하나"…인재들, 아이비리그로

입력 : 2014-06-18 06:00:00 수정 : 2014-06-18 13: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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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우물’을 깨자] (하) 세계 최고의 대학을 향해

“꿈요? 당연히 아이비리그죠.” 올해 국제고에 입학한 강모(16)군은 해외 대학 입학을 준비 중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해외 대학 입시 준비를 시작한 강군은 중학교 2학년 때 한 캠프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아이비리그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을 직접 만나고 오기도 했다. 아이비리그는 미국 동북부에 있는 8개 명문 사립대인 하버드대, 예일대, 펜실베이니아대, 프린스턴대, 컬럼비아대, 브라운대, 다트머스대, 코넬대 등이다. 강군이 국제고에 진학한 것도 해외 대학 입학을 위해서다. 강군의 어머니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남달랐기 때문에 일찌감치 해외 대학으로 진로를 정하고 준비해왔다. 국내 대학은 국내에서는 알아주지만 글로벌 경쟁력이 약하지 않으냐”며 “어차피 국내 대학에 가도 유학을 가는데, 그럴 바에야 처음부터 외국 대학에 입학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인재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경기침체의 영향에도 매년 1000여명의 한국 고교생이 해외 대학에 입학한다. 서울 강남에는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등 해외 대학 진학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학원들이 즐비하다.

해외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이들은 그 이유로 국내 대학의 국제 경쟁력이 낮다는 점을 꼽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국내 일등 대학’인 서울대가 있다.

영국 타임스의 대학평가기관 THE(Times Higher Education) ‘2013∼2014 세계대학순위’에 따르면 서울대는 ‘평판도’만을 고려했을 때 26위에 올랐다.

하지만 교육여건과 연구 규모, 논문 인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에서는 44위로 밀렸다. 이웃 일본의 도쿄대는 같은 평가에서 23위를 기록했다.

서울대의 교육여건은 해외 대학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 도서관의 소장도서는 462만5000권으로 북미연구도서관협회(ARL)에 가입한 미국·캐나다 대학도서관 115곳의 평균 소장도서 481만9000권에도 못 미쳤다. 미국 하버드대 1680만9000권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서울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예산이 부족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THE의 필 배티 편집장도 대학 순위 상승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요인 중 하나로 재정투자를 꼽았다.

서울대의 지난해 예산은 8300억원으로 5조원에 달하는 하버드대와 비교가 안 된다. 차기 총장 후보자들이 재정적 확충을 우선 공약으로 내세우는 이유다.

하지만 단순히 적은 예산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학계의 견해다. 지난달 네덜란드 레이던대학이 국제논문의 질적 수준을 평가한 ‘레이던 랭킹(Leiden Ranking)’에서 서울대는 해외 대학들은 물론 국내 대학들보다도 뒤처졌다.

국내 대학 중에서는 포항공대 (173위)가 가장 순위가 높았고 카이스트(283위), 이화여대(306위), GIST(광주과학기술원·456위)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대는 520위에 그쳤다.

레이던 랭킹은 4년간(2009∼2012년) 국제논문을 1000건 이상 발표한 대학 중 인용률 상위 10% 논문의 비율을 조사한 순위다.

서울대는 4년간 1만2114건의 논문을 발행했지만 인용건수 상위 10%에 속하는 논문 비율은 7.4%에 불과했다.

반면 포항공대는 서울대보다 9000여건 적은 2959건의 논문을 발행했지만 이 중 11.9%가 인용돼 상위 10% 안에 들었다. 서울대가 논문의 ‘질’보다 ‘양’을 강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3년 서울대의 총예산 대비 도서관 자료 구입비는 국내 대학 중 8위에 머물렀다.

서울대가 ‘국내 1위’라는 우물을 넘어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예산 확충과 함께 자구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초학문 배양과 창의적 인재 양성, 국제적 개방과 교류, 유연한 학내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원근 대교협 사무총장은 “축구팀에 공격수만 11명이 있으면 안 되듯이 성적만 볼 것이 아니라 학과 특성별로 다양한 인재를 뽑아 세계적 인재로 키울 수 있어야 한다”며 “교수진의 경우에도 해외 석학 비중을 늘리는 등 교수들 사이에서 건전한 학문적 경쟁이 이뤄지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거용 한국대학교육연구소장은 “정부와 연구재단 등에서 재정 지원을 충실히 해야 하겠지만 서울대 스스로도 ‘열매’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뿌리부터 튼튼하게 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국내에서의 위치만 생각하지 말고 항상 세계적인 대학들과 비교해야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이선·김유나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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