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THE(Times Higher Education)는 지난 3월 2013∼2014년 세계대학 순위를 발표했다. 옥스퍼드대와 하버드대가 공동 2위를 차지했고, 스탠퍼드대와 MIT가 그 뒤를 이었다.
하버드와 같은 미국의 전통적 명문대학의 특징은 ‘입학사정관제’로 대표된다. 하버드 입학사정관제의 역할은 학생 선발에만 그치지 않고 향후 교육과정까지 이어진다. 2008년 이 제도를 도입한 우리나라 대학들이 학생 선발에만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과 대비된다.

산학협력이 긴밀하게 이뤄지는 점도 명문대의 특징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인근에 자리 잡은 스탠퍼드대는 창업 희망자에게는 꿈의 대학이다. 실리콘밸리와 대학 간의 유기적인 조화로 하나의 ‘창업생태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스탠퍼드대 US-아시아 기술경영센터장인 리처드 대셔 교수는 “스탠퍼드대 교수 대부분이 창업경험이 있다”며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이를 배운 학생들이 창업 후 성공해서 다시 학교로 돌아와 후배들의 조언자가 된다”고 말했다.
스탠퍼드 출신이 아니더라도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창업자로 알려지면 대학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학생들의 멘토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으로 손꼽히는 MIT도 학연과 지연은 물론 학벌까지 철폐한 인재 중용으로 명성이 높다. MIT 미디어랩에 2011년 취임한 사업가 출신의 조이 이토 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MIT미디어랩에 갔을 당시 학위가 없었다”며 “하지만 (학위가 없어도) 소장이 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폭적인 투자 또한 성공 대학의 비결이다. 1991년 설립된 홍콩과학기술대는 2013∼2014년 THE 평가 57위, 2013년 QS 평가 34위를 차지했다. 설립한 지 불과 23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대학으로는 놀라운 순위다. 이런 빠른 성장에는 대학의 획기적인 지원책이 뒷받침됐다.
홍콩과기대 교수 90%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학위를 받았다. 홍콩 안에서의 연줄은 통하지 않는다.
실력을 인정받아 임용된 교수들에게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연봉과 함께 200㎡대 아파트를 제공하고 자녀 학자금과 가족 여행비도 지원한다. 교수들은 지원을 받은 만큼 연구 결과를 내는 데 전념한다.
이 같은 성장을 일궈낸 폴 추 전 홍콩과기대 총장이 습관처럼 한 말은 “우물 안에서 벗어나라”다. 대학의 국제화를 위해 엄선된 교수들은 100%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한다.
2006년 포항공대가 작성한 ‘홍콩과기대 벤치마킹 결과보고서’는 홍콩과기대의 영어 수업이 대학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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