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등기임원들의 연봉이 공개되면서 이들이 받는 급여액이 과연 적정한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 직원 평균 연간 급여액의 최고 몇 백배가 되는 연봉이 드러나자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준인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301억원을 받아 전체 기업인 중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는 경영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성격인 상여금 207억원이 포함됐다. 최 회장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112억원)과 SK(87억원), SK C&C(80억원), SK하이닉스(22억원) 4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재직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4개사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 내년부터는 보수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SK그룹은 이에대해 “2012년도 성과급이 2013년 초에 지급된 것이며 2013년 성과급은 한푼도 수령하지 않았다”며 “이 성과급을 제외하면 4개사 합쳐 90여억원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도 마찬가지다. 김 회장은 지난해 급여 없이 상여금으로만 총 131억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김 회장은 2012년 8월 1심 판결이후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뗐다.
16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지난해 CJ주식회사, 제일제당, 오쇼핑, CGV 등 4개 계열사에서 총 47억5400만원의 연봉을 챙겼다. 또 이 회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회장도 39억여원의 연봉을 챙겼다.
아웃도어 ‘네파’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김형섭 전 평안엘앤씨 부회장은 퇴직금을 포함해 201억9000만원을 받았다. 평안엘앤씨 창업주 김항복 전 회장의 손자인 김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물러나면서 퇴직금으로만 85억36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물러난 박종원 전 코리안리 대표이사도 15년 동안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한 대가로 퇴직금 159억5678만원을 비롯한 176억2573만원을 챙겨 금융권 ‘톱’을 달렸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급여와 상여금으로 140억원을 받았다. 급여와 상여금만 따지면 최 회장에 이어 전체 기업인 중 두 번째로 많았다. 이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31억2000만원, 허동수 GS칼텍스 이사회 의장이 101억3000만 순이었다. 허 의장 역시 지난해 CEO에서 물러나면서 거액의 퇴직금을 받았다.
오너를 뺀 순수한 CEO 중에서는 삼성전자 등기이사인 권오현 부회장이 67억73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모든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을 내려놔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맡지 않고 있다. 삼성 오너 가운데 유일하게 보수를 공개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해 호텔신라에서 30억900만원을 받았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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