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인감은 도용도 쉽지 않다. 날인 서류는 법인인감증명서가 첨부돼야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는 반드시 등기소에 가서 법인인감을 등록할 때 나온 법인인감카드와 비밀번호를 제시해야 발급받을 수 있다. 진짜 법인인감이 계약에 날인됐다면 Kt ens가 대출 상환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다. 한편 Kt ens의 직원과 대출을 공모한 것으로 드러난 업체 상당수는 한국스마트산업협회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Kt ens 측은 법인인감 도용 여부에 대해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대출에 대해 회사 측은 전혀 모르는 상태여서 은행 측에서 이미 금융당국에 제출한 계약서 등을 받아봐야 진위를 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인인감 관리 부서에 대한 내부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신 Kt ens 측은 “전국은행연합회 전산 확인 결과, 회사가 이번 건과 관련해 지급보증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이날 은행 측을 역공했다. 신용정보관리규약에 따라 금융기관은 대출사고를 막기 위해 기업 간 지급보증이 이뤄지면 지급보증회사와 외부감사인이 이러한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은행연합회에 제공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문제의 대출은 자산담보부대출(ABL) 특성상 지급보증이 일절 필요없다”고 반박했다.
법인인감 직원 도용은 사실 드물지 않은 사건이다. 2004년 A기업 사장 운전사가 회사 인감이 찍힌 출금전표를 훔쳐 은행에서 3억여원을 인출한 사건의 경우가 이번 사건과 흡사하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은행이 통상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단 이유로 은행에 대한 A기업의 예금 반환 청구를 인정하되 A기업 역시 책임이 있는 만큼 피해 금액의 절반만 돌려주란 판결을 내렸다.
이번 사건에서도 대출은행들이 현장 실사를 나가 실제 매출이 있는지 확인했는지, 여신 관련 규정을 준수했는지가 향후 법정 송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법무법인 예율 허윤 변호사는 “원칙상으로 사용자는 직원이 다른 사람에게 끼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향후 금융당국 등을 통해 은행이 대출 적부심사 규정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밝히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이 과정에서 은행 측 과실이 밝혀지면 Kt ens가 책임을 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Kt 자회사인 Kt ens의 김모 부장은 장비납품업체 N사와 공모해 실제로 납품받지 않은 휴대전화 등을 납품받은 것처럼 문서를 위조해 2010년부터 금융권에서 수천억원을 사기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성준·서필웅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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