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세시대 수도원에서부터 제조 ‘역사’
이처럼 소비자 선호도에서 알 수 있듯 최근 유럽의 맥주 강국들이 형성하고 있는 ‘비어 벨트’에서도 주목 받고 있는 곳은 호가든의 고향인 벨기에다. 독일과 체코는 라거, 영국 및 아일랜드는 에일의 전통이 강한 것과 달리 벨기에는 오랜 맥주 주조 역사로 다양한 종류의 맥주와 독특한 맥주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벨기에 맥주의 특징 중 첫 번째는 ‘역사’에 있다. 중세시대 수도원에서부터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던 벨기에에서는 최소 400년 정도의 역사는 가지고 있어야 ‘맥주 좀 만드는 군’이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벨기에 맥주 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호가든은 15세기경, 벨기에 브뤼셀 동쪽에 위치한 호가든 지방 수도사들의 주조법에서부터 유례를 찾을 수 있다. 유럽 최고의 프리미엄 맥주,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는 1366년 이래 ‘맥주 마을’로 불려 온 벨기에 루벤에서 유래된 600년 전통의 라거 맥주며, 레페(Leffe)는 8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녀 ‘유럽 최고(最古)’의 맥주로 불린다.
규제 없이 다양한 종류 맥주 제조
두 번째는 ‘다양한 종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맥주는 라거 계통으로 효모를 저온에서 발효, 상쾌하고 청량감이 느껴지는 맛이 특징이다. 벡스(Beck’s), 레벤브로이(Lowenbrau) 등 우리에게 익숙한 독일 맥주 대부분은 라거 계열이다. 1516년 독일의 빌헬름 4세가 맥주의 품질 유지를 위해 ‘맥주 순수령(맥주를 만들 때 보리, 홉, 물 이외의 원료를 사용할 수 없게 규제)’을 선포함으로써 현재까지도 그 영향을 받아 독일 맥주의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 이런 규제가 없었던 벨기에는 사람의 주거환경에 항상 존재하는 미생물을 더해 맥주를 빚거나 약초나 허브, 과일 등을 사용하여 맛을 내기도 했다. 또 계절맥주도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로 라거(스텔라 아르투아)를 비롯해 에일(레페), 밀맥주(호가든) 등 다양한 종류의 맥주가 고루 발달하게 됐다. 현재 벨기에는 국민 1인당 맥주 생산율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벨기에에서 생산되는 맥주는 상표 숫자만 해도 무려 800가지에 이르며, 저마다 다른 맛과 향을 가지고 있어 기호에 맞게 맥주를 선택할 수 있다.
맥주별 특징, 다양한 전용잔과 음용법
마지막으로 벨기에 맥주는 맥주에 따라 각기 다른 고유의 맛과 향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전용잔’과 ‘음용법(Ritual)’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호가든의 육각잔, 스텔라의 챌리스(Chalice), 레페의 고블릿(Goblet, 받침이 달린 잔)이 바로 그 것.
호가든 특유의 부드럽고 풍성한 맛과 아름다운 구름거품, 매혹적인 오렌지 시트러스 향을 100% 즐기고 싶다면 호가든의 특별한 전용잔이 필요하다.
호가든 전용잔은 두꺼운 육각 글라스인데 이는 맥주의 차가움을 유지하여 특유의 황금빛 구름 컬러가 지속될 수 있도록 특별히 디자인 된 것이다.
잔의 굴곡은 풍부한 거품을 생성시키며, 넓은 입구는 호가든을 마시는 순간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 전용 잔에 2/3 정도 호가든을 따른 후, 병을 한 바퀴 돌려 병 속에 남아있는 효모를 활성화 시킨 다음 글라스에 새겨진 로고의 위치만큼 거품을 내어 따라 마시는 것이 호가든을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다.
스텔라의 전용잔은 ‘성배’라는 뜻의 챌리스로, 맥주 맛을 풍부하게 하고 거품이 잘 가라앉지 않게끔 특별히 제작되었다. 별모양의 손잡이가 있어 이 부분을 잡고 마시면, 맥주를 좀 더 오랫동안 차갑게 즐기실 수 있게 했다.
스텔라는 9단계에 걸친 섬세한 음용법을 가지고 있다. 깨끗하고 차갑게 보관한 챌리스에 맥주를 따르는데, 탭의 첫 번째와 마지막은 빠른 속도로 흘러 버린다. 이는 공기와 닿은 맥주가 산화되어 맛을 변질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런 다음, 챌리스를 45도로 기울여 맥주를 따르다가 똑바로 낮게 들어 따른 후 탭에서 떨어지는 마지막 드롭을 피해 재빨리 잔을 옮기고 폼 커터를 45도 각도로 뉘어 거품을 정리한다. 스텔라 음용법 단계 중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잔 위로 솟은 큰 거품은 터지기 쉽고 다른 거품까지 날아가게 하기 때문에 없애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거친 거품이 제거되고 솜처럼 부드러운 거품이 3cm 정도 생성되게 따른 다음 전용잔 외부에 묻은 맥주를 씻어내고 드립 캐쳐를 꽂아 내면 최상의 스텔라를 즐길 수 있다.
최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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