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등은 10일 서울 마포구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소비자들이 살 수 있는 참치는 국내 업계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며 잡은 참치를 원료로 한 ‘나쁜 참치캔’ 뿐”이라며 “소비자들은 업체들의 횡포로 친환경 상품을 선택할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업계와 함께 미래세대의 먹을거리를 강탈하는 공범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국내 참치업계는 참치캔의 원재료가 되는 가다랑어를 잡는 선망어업에서 집어장치(FAD·Fish Aggregating Device)를 사용한다. 집어장치는 참치를 유인해 대량 포획하기 위해 바다에 띄워놓는 부유물이다.
그린피스 등은 “집어장치를 사용하면 멸종위기에 처한 상어, 바다거북, 가오리 등 다른 해양생물들도 함께 포획하게 된다”며 “그 피해 규모는 집어장치를 쓰지 않을 때보다 무려 3∼6배 높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의 모든 참치캔 소매업자와 유통·제조 업체들은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잡힌 참치캔을 공급하고 있으며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등도 이 대열에 합류하는 추세”라며 “세계 원양 참치 어획량 3위이자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참치캔을 소비하는 나라인 한국도 세계적 흐름을 따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업체들도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 합의사항에 따라 매년 7∼10월에는 집어장치 없는 어업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 시기에 잡은 참치로 ‘FAD Free’(집어장치 없이 잡은) 참치캔을 생산할 수 있는데도 정당한 이유 없이 소비자의 권익을 무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국내 참치캔 제조업체에 ▲소비자가 지속 가능한 방식의 참치캔을 선택할 수 있도록 FAD Free 참치캔을 생산 ▲참치캔 및 기업 홈페이지에 원재료가 된 참치 어업 방식을 명시 ▲그간의 파괴적 어업을 반성하고 지속 가능한 해양생태계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 과정 및 결과를 공개 등을 요구했다.
그린피스 등의 주장에 대해 한 참치 제조업체는 “(가다랑어를 잡는) 그물코 크기를 10인치 이상 설정하여 치어들이 어획 중 빠져나가게 하고 있다”며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해 자발적인 치어 어획 자제 및 수산물 남획 방지 노력에도 동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린피스와 녹색소비자연대는 이날부터 오는 17일까지 서울·용산역 등에서 참치선물세트를 비판하는 거리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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