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 자주색 천으로 두른 관이 실려 나오자 故 최창희(52) 씨의 딸 미란 씨는 그제야 아버지를 잃었다는 사실을 실감한 듯 오열했다.
영정 사진을 든 아들 국봉 씨도 지하 빈소에서 영결식장까지 28개의 계단을 오르는 동안 연신 바닥만 바라보며 참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지난달 30일 서울 방화대교 공사현장에서 숨진 중국 동포 근로자 최씨의 영결식은 부인 박계화 씨 등 유족 4명과 지인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앞서 수많은 추모 인파가 몰렸던 노량진 수몰사고 희생자들의 합동 영결식에 비하면 규모가 단출했고, 그래서 더욱 쓸쓸했다.
지하에 마련된 260여㎡ 넓이의 빈소 역시 많은 사람의 다녀간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조화만 덩그러니 남아 애잔한 분위기를 더했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지인 몇몇은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는 표정을 하다 최씨의 주검이 담긴 관을 보고서야 허탈한 표정으로 눈물을 내보였다.
숨진 최씨와 함께 일한 적이 있다는 한 40대 남성은 "가족만 생각하며 성실하게 일하던 사람이 이런 변을 당하다니 하늘이 원망스럽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윽고 운구차량의 뒷문이 열리고 병원 직원들이 관을 실으려 하자 장례시장 주차장은 일제히 울음바다가 됐다.
부인 박씨는 한참을 관을 부여잡고 통곡했고 나머지 유족들도 뒤따라 오열하며 벽제 추모공원으로 향하려는 운구 차의 출발을 막았다.
이날 영결식장에는 김병하 서울시 행정2부시장 내정자를 비롯한 서울시 관계자들과 시공사 금광기업 관계자들도 참석해 최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서울시는 장례 절차를 맡았고 시공사 측은 모든 비용을 댔다.
한편 최씨와 함께 공사현장에서 숨진 중국 동포 허동길(50) 씨는 전날 같은 장소에서 따로 영결식을 치렀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족들이 따로 영결식을 하기로 해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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