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한 관계자는 19일 박 대통령의 ‘부실인사’ 논란에 대해 이렇게 꼬집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접촉한 좁은 인재풀에서 비밀스럽게 혼자 결정해 전격적으로 인사를 단행하다 보니 인사검증시스템이 무력화하면서 기본적인 사안도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인사 난맥은 여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매일경제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잘하는 분야에서 청와대와 내각 인사는 4.3% 지지밖에 얻지 못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인사의 기본적인 자료도 활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검증팀과 경찰·국정원·국세청 등 관련 기관의 협조를 받아 충분히 사전검증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는데도 이를 통한 꼼꼼한 평가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중에 심각한 인사홍역을 거쳐 마련한 ‘자기검증’ 절차조차 활용하지 않았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인사 문제는 박 대통령이 혼자 결정해 통보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며 “불통인사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각 기관의 협조를 받아 다양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와대의 허술한 인사시스템도 비판대에 오른다. 인사검증 체크리스트에 있는 기본 사안조차 확인하지 않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백지신탁제도를 잘못 이해해 사퇴한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가 그 경우다. 청와대는 ‘고위공직자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는 공직임명에 필요한 기본사항마저 점검하지 않고 황 전 내정자를 낙점해 낭패를 봤다. 이런 식이라면 허태열 비서실장이 주관하는 인사위원회의 ‘무용론’이 벌써부터 제기될 수 있다.
인사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도 문제다. 인사 난맥상은 검증 실패에 따른 것인데도 엄격한 인사시스템 탓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인사청문회를 신상털기, 막무가내 식으로 하는 것은 문제 있다”고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인사검증을 아무리 철저하게 해도 대통령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면 뒤탈 예방이 안 된다. 박 대통령의 인사원칙이 바뀌지 않는 한 임기 내내 인사우환에 시달릴 우려가 크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