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인구밀도 가장 낮은 수도
노벨평화상 수상식 매년 시청사에서 열려
베르겐
12∼13세기 때 수도… 한자동맹 거점 도시
브뤼겐 거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노르웨이 피오르만 보고 “노르웨이 다 봤다”고 돌아온다면 스스로를 자책하며 아쉬워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역사와 문화로 꽉 찬 수도 오슬로, 오슬로에 수도 지위를 뺏겼지만 여전히 고고한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제2의 도시 베르겐. 노르웨이 도시 곳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찾아봤다.
![]() |
유럽 전역을 넘나들었던 노르웨이 바이킹 배의 모습. 바이킹박물관에는 피오르에서 건져낸 바이킹 배가 온전한 모습으로 전시돼 있다. |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는 힐끗 보면 스산하기 이를 데가 없다.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적은 수도로 손꼽히는데, 중심 번화가인 칼 요한 거리를 지나다 문득 옆 골목을 보면 깜짝 놀랄 만큼 사람이 없다.
현지 가이드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도시가 비어 있죠(it’s empty)”라고 오슬로를 소개한다. 하지만 입센이 앉았던 그랑 카페(grand cafe), 죽음과 음울한 성(性)으로 차 있는 에드바르 뭉크의 흔적, 인간의 일생과 희로애락을 담아낸 비겔란 조각공원을 돌다 보면 노르웨이의 문화가 보인다.
미국 동부까지 진출했다던 바이킹과 제2차 세계대전 때도 함락되지 않았다던 요새를 보면 이곳의 역사가 보인다.
빈 도시 곳곳에 숨겨져 있는 노르웨이와 오슬로의 이야기 속으로 발걸음을 내디디면 스산한 광경의 백야는 이내 오슬로의 낭만으로 바뀐다.
매년 노벨평화상 수상식이 열리는 오슬로 시청사는 붉은 벽돌로 지은 외관이 무거운 느낌을 주지만, 청사 안에는 형형색색의 벽화 때문에 찬란함마저 느껴진다. 노르웨이 역사를 담아낸 그림과 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유화 작품에 뭉크의 ‘인생’까지, 여느 미술관 못지않다.
![]() |
오슬로 시청사 안에 걸려 있는 벽화 앞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 |
2008년 개장한 오슬로 오페라하우스의 야경. 백야 때문에 이런 야경은 밤 12시는 돼야 볼 수 있다. |
![]() |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브뤼겐 지구. 중세풍 원목 주택은 몇 번의 화재로 소실될 뻔했지만 똑같은 방법으로 복원해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
“저는 베르겐 출신이에요(I’m from Bergen).”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는 물음에 베르겐 사람(베르겐스크)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12∼13세기 노르웨이의 수도이자 한자동맹의 거점도시였던 베르겐의 자부심은 아직도 건재하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브뤼겐(Bryggen)’ 거리는 그때의 영광이 남아 있다. 삼각형 지붕을 얹고 밝은 페인트칠을 한 중세시대 목조건물이 어깨를 붙이고 서로 기대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몇 번의 큰 불로 잃어버릴 뻔한 건물이었지만 그때마다 똑같은 방식으로 지어 지금까지 지켜냈단다.
![]() |
베르겐 항구에서 매일 열리는 어시장. 갓 잡아낸 연어, 대구, 캐비어 등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
![]() |
케이블카인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간 플뢰위엔산 정상에서 바라본 베르겐 전경. 아름다운 바다를 낀 아담한 항구도시가 탐스럽다. |
오슬로·베르겐(노르웨이)=글·사진 이유진 기자 heyda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