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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극작가 입센·화가 뭉크를 만나보자

입력 : 2012-06-14 17:44:11 수정 : 2012-06-14 17: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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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세계에서 인구밀도 가장 낮은 수도
노벨평화상 수상식 매년 시청사에서 열려
베르겐
12∼13세기 때 수도… 한자동맹 거점 도시
브뤼겐 거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노르웨이 피오르만 보고 “노르웨이 다 봤다”고 돌아온다면 스스로를 자책하며 아쉬워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역사와 문화로 꽉 찬 수도 오슬로, 오슬로에 수도 지위를 뺏겼지만 여전히 고고한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제2의 도시 베르겐. 노르웨이 도시 곳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찾아봤다.

유럽 전역을 넘나들었던 노르웨이 바이킹 배의 모습. 바이킹박물관에는 피오르에서 건져낸 바이킹 배가 온전한 모습으로 전시돼 있다.
◆스산함과 낭만의 경계, 오슬로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는 힐끗 보면 스산하기 이를 데가 없다.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적은 수도로 손꼽히는데, 중심 번화가인 칼 요한 거리를 지나다 문득 옆 골목을 보면 깜짝 놀랄 만큼 사람이 없다.

현지 가이드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도시가 비어 있죠(it’s empty)”라고 오슬로를 소개한다. 하지만 입센이 앉았던 그랑 카페(grand cafe), 죽음과 음울한 성(性)으로 차 있는 에드바르 뭉크의 흔적, 인간의 일생과 희로애락을 담아낸 비겔란 조각공원을 돌다 보면 노르웨이의 문화가 보인다.

미국 동부까지 진출했다던 바이킹과 제2차 세계대전 때도 함락되지 않았다던 요새를 보면 이곳의 역사가 보인다. 

빈 도시 곳곳에 숨겨져 있는 노르웨이와 오슬로의 이야기 속으로 발걸음을 내디디면 스산한 광경의 백야는 이내 오슬로의 낭만으로 바뀐다. 

매년 노벨평화상 수상식이 열리는 오슬로 시청사는 붉은 벽돌로 지은 외관이 무거운 느낌을 주지만, 청사 안에는 형형색색의 벽화 때문에 찬란함마저 느껴진다. 노르웨이 역사를 담아낸 그림과 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유화 작품에 뭉크의 ‘인생’까지, 여느 미술관 못지않다. 

오슬로 시청사 안에 걸려 있는 벽화 앞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마법의 양탄자’로 부르는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는 2008년 문을 열었다. 이탈리아산 흰 대리석이 완만한 사선으로 바닷물과 연결돼 있어 마치 건축물이 바닷속에서 서서히 올라온 것 같다. 이웃 나라 스웨덴은 “물에 빠지기 쉬운 위험한 건축물”이라고 혹평을 했다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에겐 지붕까지 걸어 오를 수 있는 산책로요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테라스다. 후줄근한 여행자의 발걸음 소리와 오슬로 젊은이들의 키스, 동네 마실 나온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한데 어울려 있는 모든 이들의 놀이터다.

2008년 개장한 오슬로 오페라하우스의 야경. 백야 때문에 이런 야경은 밤 12시는 돼야 볼 수 있다.
또 하나, 여름에 오슬로를 찾는다면 여행 정보보다 뉴스 검색을 꼭 해봐야 한다. 세계에서 손꼽는 부국인 데다 임금도 물가도 높지만 이곳 사람들은 해가 쨍쨍한 날이면 ‘임금을 올려 달라’며 일손을 놓고 피켓을 든다. 뭉크의 ‘절규’가 걸린 국립미술관이나 뭉크박물관 등 주요 여행지의 직원들도 여행자들의 기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파업으로 문을 닫기 일쑤. 오슬로까지 와서 뭉크의 작품을 보지 못하고 돌아간다면 그야말로 절규해야 할 상황이 올 테니 파업과 전시작품 교체 등 ‘돌발상황’을 미리 체크해 두는 게 좋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브뤼겐 지구. 중세풍 원목 주택은 몇 번의 화재로 소실될 뻔했지만 똑같은 방법으로 복원해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베르겐스크, 오슬로에 지지 않는 자부심


“저는 베르겐 출신이에요(I’m from Bergen).”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는 물음에 베르겐 사람(베르겐스크)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12∼13세기 노르웨이의 수도이자 한자동맹의 거점도시였던 베르겐의 자부심은 아직도 건재하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브뤼겐(Bryggen)’ 거리는 그때의 영광이 남아 있다. 삼각형 지붕을 얹고 밝은 페인트칠을 한 중세시대 목조건물이 어깨를 붙이고 서로 기대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몇 번의 큰 불로 잃어버릴 뻔한 건물이었지만 그때마다 똑같은 방식으로 지어 지금까지 지켜냈단다. 

베르겐 항구에서 매일 열리는 어시장. 갓 잡아낸 연어, 대구, 캐비어 등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브뤼겐 바로 옆 항구에서 열리는 어시장을 보면 당시 상인들의 활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연어·대구·킹크랩 등 온갖 종류의 바다생물이 사람을 몰려들게 한다. 여행자와 베르겐스크가 뒤섞여 시끌벅적하다. 항구도시 특유의 비린내조차 나지 않는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EC)에서 나왔다는 토르모 요하네손은 이곳 해산물이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찬 바다에서 나와 맛이 좋다”며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다.

케이블카인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간 플뢰위엔산 정상에서 바라본 베르겐 전경. 아름다운 바다를 낀 아담한 항구도시가 탐스럽다.
베르겐을 한눈에 보려면 플뢰위엔산 정상에 올라가는 케이블카인 푸니쿨라(Funicular)를 타면 된다. 푸니쿨라는 산 중턱에 사는 베르겐스크에겐 필수 교통수단이다. 표를 끊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리는데 누군가 새치기를 하는 것처럼 앞으로 뛰어간다면 산 중턱에 사는 베르겐스크일 가능성이 크니 너무 화내지는 말자. 맑은 날 피오르가 품은 항구도시는 눈에서 떼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노르웨이 피오르가 품고 있는 마을 중 가장 번화한 베르겐은 인공적인 건축물에서 나오는 ‘이국적’인 느낌보다는 자연 속에 사는 인간의 겸손이 느껴진다. 피오르 중턱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파스텔톤 원목주택에서 스며나오는 베르겐만의 냄새가 향기롭다.

오슬로·베르겐(노르웨이)=글·사진 이유진 기자 heyd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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