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통해 신대륙 탐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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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19세기 유럽에서 감자는 배고픈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소중한 작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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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 지음/창비/1만1000원 |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중에 ‘감자 먹는 사람들’(1885)이란 작품이 있다. 어두운 불빛 아래 비좁은 식탁에 모여 갓 쪄낸 감자를 허겁지겁 입에 넣는 이들의 얼굴 표정과 옷차림에서 가난이 묻어난다. 이처럼 19세기 유럽에서 감자는 배고픈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소중한 작물이었다.
1845년 영국의 지배를 받던 이웃 아일랜드에 ‘감자 마름병’이란 병이 퍼져 밭에 심은 감자가 온통 썩어 버렸다. 당장 아일랜드 국민을 먹여 살릴 식량이 없는데도 아일랜드에 넓은 땅을 가진 영국인 지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곡물을 계속 자국으로 공출해갔다.
아일랜드 역사에 깊은 상처로 남은 ‘감자 대기근’ 사태다. 1851년 대기근이 끝날 때까지 100만명 넘는 아일랜드인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도 아일랜드인은 “세계에서 제일 부유한 영국이 바로 옆 나라 국민이 굶주려 죽어가는 것을 그냥 보기만 했다”며 원망한다.

빵에 얽힌 일화도 재미있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국왕 루이 16세의 부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빵을 달라”는 시위대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가 백성들의 미움을 사 결국 단두대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저자에 따르면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대혁명에서 시작한 프랑스 빵 얘기는 바게트, 크루아상 등으로 종횡무진 이어진다.
‘식탁 위의 세계사’는 제2회 창비청소년도서상 교양 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10여년간 교단에서 국어를 가르친 이씨는 처음 쓴 책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남편과 세 아이를 위해 식탁을 차리는 주부라서 그런지 매일 마주하는 음식과 재료에도 온 세계가 들어 있다는 생각을 한다”며 “세계사는 결코 책 속에 박제된 학문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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