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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 기슭에 살면서 산야초 차 보급 16년째

입력 : 2012-04-26 18:22:06 수정 : 2012-05-02 09: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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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한 산야초연구회’ 전문희 대표
“요건 산당귀, 요건 두릅, 요건 둥글레, 요건 인동초, 요건 북나무, 요건 민들레, 요건 돌배나무, 요건 가시오가피, 요건 찔레순, 요건 산벚꽃, 요건 칭칭나무 새순, 요건 청미래덩굴 새순….” 전문희(50) ‘건강을 위한 산야초연구회’ 대표는 잠시만 기다리라 해놓고 10여분 만에 39가지 야생 식물의 새순을 따서 돌아왔다. ‘멍석딸기’ ‘얼음덩굴’ ‘꼭두서니’ ‘신선초’ ‘우아리’ 같은 낯선 식물 이름들이 그의 입에서 줄줄이 튀어나왔다. 전 대표는 저서 ‘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 이야기’를 통해 사계절 우리 산천에서 자라는 야생 식물로 만든 차와 식이요법을 소개했다.

“찬물에 꽃 한 송이 띄우면 향기가 우러나는 화차가 된다”는 전문희 대표는 커피와 외래 차 대신 우리 차를 애용하라고 권한다.
“가끔 독초들이 있긴 하지만 갓 나온 새순엔 독초라도 독이 없어요. 지리산엔 이처럼 수백 수천 가지 식물이 지천에 깔렸어요. 자연의 축복이지요. 그런데 이 식물들은 순서대로 나와요. 새순을 딸 때도 순서대로 따야 하지요. 제가 보급하는 백초차, 백화차를 만들려면 여러 날이 걸리는 이유입니다.”

전 대표가 말한 백초차는 백가지 식물의 새순이 들어간 차를, 백화차는 백가지 꽃잎이 들어간 차를 말한다. 전 대표는 “식물은 자기들끼리 친한 게 있고 배척하는 게 있어 무조건 100가지를 넣으면 안 된다”며 “특히 약초는 약성을 잘 보아가며 배합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업화에 급급해 아무 식물이나 100가지를 섞었다가는 오히려 우리 몸을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산야초를 16년째 연구하는 저도 은수저와 은잔을 이용해 독성 여부를 늘 검사하고 있죠. 참, 음식뿐만 아니라 음식을 담는 그릇이나 수저도 건강을 위해선 좋은 재료로 만든 제품을 사용해야 합니다.”

기존에 ‘약초차’라고 부르던 들식물을 ‘산야초’로 바꿔 부르게 된 이유를 “약초를 아픈 사람이나 먹는 약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전 대표는 “제 스스로 농약이나 비료, 제초제를 사용한 음식과 외국에서 들여온 고기와 밀가루, 과자 등은 절대 먹지 않는다”고 말한다. 각종 화학첨가물이 든 가공식품과 고칼로리 식품, 술과 담배 등의 기호식품에 더하여 과로와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은 체내 효소의 고갈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통기타 가수와 모델, 인테리어 사업가로 활동하던 전씨는 약 20년 전 어머니가 임파샘암 말기 선고를 받자 서울 생활을 접고 지리산 골짜기로 내려갔다. 그는 지리산에서 직접 채취한 각종 산야초로 자연치료법과 한방요법을 병행해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어머니를 3년 넘게 병구완했다. 그 후 산야초의 효능에 믿음이 생긴 전 대표는 지금은 경남 산청군 천왕봉 기슭에 살면서 16년째 산야초 차 보급 운동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제가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신선놀음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엎어지고 굴러 떨어지고 뱀에게 물리고 곰에게 쫓기고 해가며 계절에 맞는 산야초를 채취해 말리고 배합해 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몸에 딱 맞는 우리 차가 이렇게 많은데 주스, 커피, 허브차 등 수입·외래종이 물밀듯 들어와 판을 치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지리산을 포함한 자연을 스승 삼아 허준과 유의태 선생의 약초 전통을 찾아 산청으로 왔다”는 전 대표는 “마냥 놀고먹는 축제보다 건강을 생각하는 약초 축제들이 전국에서 열리는 것은 좋으나 목본식물의 밑동까지 송두리째 뽑아 내다 파는 건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 생강나무 같은 것은 100년을 자라야 제대로 된 순을 생산한다고.

“음식으로 배고픔을 해결하던 시대가 지나고 지금은 음식을 약으로 먹는 세상이 됐습니다. 도시의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건강에는 무엇보다도 식생활이 중요합니다. 인공적인 재배가 아닌 온 산의 기운을 다 받고 자란 산야초로 만든 차와 효소로 몸을 맑고 건강하게 만들면 행복은 절로 오지 않을까요?”

산청=글·사진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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