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Mnet ‘슈퍼스타K’의 성공 이후 MBC ‘위대한 탄생’, KBS ‘TOP 밴드’, SBS ‘K-팝 스타’, Mnet ‘보이스 코리아’ 등 방송사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하나씩 마련했다. 형식은 조금씩 달라도 큰 틀의 모습은 똑같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변형해 서바이벌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 포맷은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와 KBS ‘불후의 명곡’, tvN ‘오페라스타’ 등 기존 가수들을 대상으로 한 경연 프로그램이다. ‘나가수’가 음원 차트를 휩쓸면서 가수의 연령층과 장르를 달리한 유사 프로그램들이 줄을 이어 편성됐다.

승패가 갈리는 경쟁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평균 이상의 재미를 제공한다. 승부에 도전하는 과정은 승패에 관계없이 아름답다. 그런데 누군가는 붙고 누군가는 떨어지는 냉혹한 세계는 현실과 유사한 것 같아도 엄연히 다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항상 극적 반전이 일어난다. ‘브리튼즈 갓 탤런트’가 만든 스타 ‘폴 포츠’처럼 프로그램에서는 현실의 룰을 깨고 성공하는 사람들은 항상 나타난다. ‘허각 현상’의 주인공 ‘슈퍼스타k2’의 우승자 허각은 작고 뚱뚱한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남자였다. 그런 그가 대중스타로 부각되는 일련의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현실보다 더 냉혹한 서바이벌 형식을 취하면서도 판타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마취주사를 놓는 것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인기비결 중 하나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여자들은 진지하다. 그들은 인생을 걸고 방송에 참여한다. ‘붙으면 좋고 안 돼도 그만’이지만 참가자들에게는 꿈을 이룰 수 있는 다시 오지 않을 기회다. 그들이 방송에서 흘리는 눈물은 순도 100%의 열정이다. 시청자들은 그 절실함에 감동하고 열광한다. 참가자들의 ‘진심’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리얼리티’인 셈이다.
◆인생까지 걸었는데…
서바이벌 형식에는 참가자들의 ‘무엇’이 담기게 된다. 그것이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가장 강력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꿈과 열정을 지닌 청춘들의 ‘인생’이 담긴다. ‘나는 가수다’에는 ‘치열함’이 있었다. 가요계에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이 무대 앞에서 덜덜 떠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그들의 진지함에 감동했다. SBS ‘짝’ 역시 짝을 찾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절실함이 담겨 있다.
예능 PD들이 고민하는 것도 이런 부분과 맞닿아 있다. ‘더 이상 어떤 리얼리티를 담을 수 있을까’ ‘인생까지 걸었는데 더 무엇을 담을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다. 이창태 SBS 예능CP는 “리얼리티가 담보하는 수준이 이제 ‘인생’에까지 올라왔다”면서 “인생을 걸고 참가자들이 참여하는데 그 이상의 어떤 가치를 담고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세는 서바이벌이지만 자기 복제를 반복한다면 시청자들의 관심은 식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더 절실한 ‘무엇’을 담아 보여주느냐에 따라 서바이벌은 진화를 거듭할 수도 있고 한계에 부닥칠 수도 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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