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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재의 직딩들의 지침서] 모두가 'Yes'할 때 'No'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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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루시초프는 제20차 소련 공산당대회에서 스탈린 독재의 해악과 비리, 정치적 과오와 이론적 결함을 비판하면서 스탈린주의로부터의 탈피를 선언했다. 그가 역사적 선언을 하자, 청중 가운데서 고함 소리가 들려 왔다. “흐루시초프!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스탈린 밑에서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이오?” 한 때 스탈린의 지지자로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 작업에 참여 하기도 했던 흐루시초프의 이율 배반적인 행동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흐루시초프는 단호한 말투로 “지금 그렇게 말한 사람은 누구요? 일어나서 신원을 밝히시오”라고 했다. 청중 사이엔 정적이 흐르고 질문한 사람 또한 감히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어 흐루시초프가 말했다. “나도 역시 그랬소”라고.
 
모두가 ‘Yes’라고 말할 때 ‘No’라고 말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지만 조직에는 ‘No’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조직은 그러한 의견이나 발언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길이가 다른 막대기 세 개를 보여 준 후 그 중 하나와 길이가 같은 것은 어떤 것이냐에 답을 하는 실험이 있었다.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은 일곱 명. 여섯 명은 실험을 위하여 동원된 사람이고 마지막 한 사람이 실험 대상자이다. 답은 C이지만 미리 약속한 여섯 명은 돌아 가면서 B라고 대답을 하고 일제히 일곱 번째의 사람을 쳐다 본다. 결과는 약 70퍼센트의 사람이 정답 C가 아닌 B라고 대답을 했다. 나중에 이유를 물어 보니 혼자만 비 정상적인 사람으로 취급되기 싫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간에 한 명이라도 옳은 대답을 하면 마지막에 있던 실험 대상자도 거의 정답을 말했다.
 
여러 경로로 정권이 바뀌는 것을 경험해 본 우리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독재가 유지되는 북한의 상황이 의아스럽기도 하다. 어떻게 해서 거기에는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정의로운 사람이나 그룹이 하나 존재하기 않는가! 세상은 단 한 명의 골목 대장이 학교 전체를 위협 하기도 하고, 아주 적은 지분을 가진 회장이 수 많은 계열사와 직원을 거느리고 통제하기도 한다. 이러한 힘은 집단이 동시에 행동을 개시할 수 없도록 의사소통과 협력을 단절 시키는 데서 유지가 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상태는 결코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 어떤 위기를 맞을 지 모를 뿐더러, 위기가 왔을 때는 수습할 방법조차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송국에서 있었던 실험이다. 20대의 대학생들을 한 방에 모아 놓고 10분 동안 퀴즈를 풀게 했다. 이 중 네 명은 실험을 위해 동원된 사람이고 한 명은 우리의 실험 대상자이다. 퀴즈를 풀기 시작한 일분 뒤 방안으로 연기를 흘려 보낸다. 연기는 점점 자욱해 지고 상황은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준다. 그렇지만 우리의 실험 대상자 한 명은 요지 부동인 네 사람을 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아니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혼자만 비정상적으로 보이기 싫은 이유에서다.
 
2003년 2월에 있었던 대구 중앙로역 화제 사건이 그러했다. 객차 안으로 연기가 들어 오고 있었지만, 움직이지 않는 다른 승객들을 보면서 대부분이 그 자리에 앉아 별 다른 대책을 찾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결과는 객차 12량이 전소 되었고 사망자가 192명 부상자가 148명이나 되는 대 참사로 이어졌다.
 
조직은 ‘No’라고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세웠던 피그만 침공 계획이 말도 안 되는 결과로 끝난 것은 아무도 ‘No’라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왕적 리더와 이를 떠 받치는 구조는 언젠가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북한의 정권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며, 우리의 지나친 회장 중심의 재벌 문화는 변화를 맞아야 한다. 독일 언론이 최근 한국 기업에 대해 언급한 ‘한국 재벌이 지나치게 성공 했다’ ‘법은 재벌 총수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재벌은 창업자 가문들에 의해 적은 지분으로 통제되고 있으며, 전문가들 조차도 기업 경영구조를 파악할 수 없다’고 한 지적을 새겨야 할 때다. 역사가 수 없이 증명한 사례들이기 때문이다.

김학재 mindset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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