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출간·예술축전 등 잇달아
김정은이 직접 행사 지휘 주목… 내부 결속 노린 이벤트도 관심
‘김일성 민족’ 강조 통해 3대 권력세습 정당화 포석

북한이 고 김일성 주석에 대한 추모와 찬양 분위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15일 북한 최대의 명절인 ‘태양절’, 김 주석의 생일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그가 태어난 지 99주년이 되는 해로, ‘김일성 민족’, ‘김일성 조선’을 강조하는 문구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개인숭배 문화의 정수 ‘태양절’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2월16일과 함께 김 주석 생일인 태양절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해 성대하게 치렀다. 김 위원장은 아버지인 김 주석이 사망한 지 3년째가 되는 1997년부터 4월15일을 ‘태양절’로 이름붙였다. 조선의 태양, 인민의 태양이 태어난 날이라는 것이다. 김씨 일가에 대한 개인숭배 문화의 정수인 셈이다.
북한 주민들은 김 위원장 생일과 마찬가지로 태양절에는 이틀간 연휴를 얻는다. 2012년을 ‘강성대국 진입의 원년’으로 못 박은 것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3월부터 북한은 태양절 준비에 돌입하며 축제 분위기 띄우기에 돌입했다. 김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손보며 황해북도에서 나무 6000여그루를 공수해오는가 하면, 그의 업적을 찬양하는 기념도서도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10일에는 태양절을 기념하는 제27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이 막을 올렸다 북한의 우방인 러시아와 파키스탄, 몽골 등지에서 손님들이 속속 평양에 도착 중인 가운데 주민들은 김 주석의 업적을 찬양하는 각종 기념행사와 ‘위대성 교양’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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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고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을 최대 명절로 지정해 성대하게 치르고 있다. 사진은 2009년 4월15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고 김일성 주석 97회 생일 기념 중앙보고대회. 세계일보 자료사진 |
북한에서 김 주석에 대한 찬양은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이번 태양절은 의미가 각별하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사실상 공식화된 이후 첫 태양절인 데다 강성대국 진입을 1년 앞둔 해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부터 이어진 김 주석 찬양 분위기는 3대 권력세습을 정당화하고 후계자에게 정당성을 실어주기 위한 선전선동인 것이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 조선중앙방송 등은 태양절 관련 기사에서 ‘김일성 조선’, ‘김일성 민족’, ‘김일성 동지의 후손’과 같은 문구를 빠짐없이 언급하고 있다. 중앙방송은 7일 태양절 기념행사인 전국서예축전 개막 소식을 전하며 “대를 이어 수령복, 장군복을 누리는 민족적 긍지가 비낀 ‘수령복, 장군복’ 등 많은 서예 작품들이 전시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태양절에는 김정은이 직접 행사를 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김정은은 처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난해 9·28 당대표자회 당시에도 할아버지인 김 주석을 빼닮은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북한 주민 대부분은 김 주석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주석의 젊은 시절 모습을 연상시키면서 그와 동일시하게 하려는 일종의 상징조작이다. 이번 태양절 기념행사에서도 김정은이 할아버지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통해 주민들의 결속을 도모하고 후계자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주민들의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초대형 이벤트를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지난해에는 경제난이 지속되는 와중에도 540만달러(약 60억원)를 들여 평양 대동강변에서 화려한 불꽃놀이를 벌였다. 이 ‘축포야회’ 행사는 김정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의 업적으로 선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수영 기자 deli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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