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지 “바브 알아지지야 기지 은신한 듯”

리비아 국영TV 등 외신에 따르면 카다피의 트리폴리 관저는 미사일 공격을 받아 파괴됐다. 미사일이 카다피의 관저를 거의 완전히 부쉈다. 카다피와 그의 가족들이 실제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진 바브 알아지지야도 일부 손상됐다.
트리폴리가 두 차례 공습을 받으면서 카다피는 황급히 모처의 지하벙커로 피신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잇달아 모습을 드러내던 카다피가 공습 이후 국영TV와 전화통화 형식으로 메시지를 남긴 것은 그가 이미 안전한 곳으로 숨었음을 추측하게 한다. 시사주간 타임은 카다피의 육성 메시지는 지하벙커에서 녹음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타임은 이와 함께 카다피가 현재 바브 알아지지야 기지의 지하벙커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그동안 카다피는 반군과의 교전 과정에서 줄곧 수도 트리폴리에 머문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달 25일에는 지지자가 대거 모인 트리폴리의 녹색광장에 등장했고, 8일 밤 예고 없이 외신기자들이 머무는 시내 호텔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카다피는 자신의 친위부대가 장악한 다른 도시로 옮겼을 수 있다. 반정부군 세력의 거점인 벵가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시를 재탈환했기 때문에 국내 운신의 폭도 상대적으로 넓어졌다.
카다피는 그동안 핵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지하벙커를 곳곳에 구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공개된 벵가지 교외의 카다피 궁 내 지하벙커는 핵 공격에도 수개월 동안 생존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드러났다. 육중한 철문과 두꺼운 콘크리트, 철골 구조로 된 이 벙커는 복잡한 미로 구조여서 추적이 쉽지 않다. 내부엔 중앙 통제식 공기정화장치와 비상 발전소, 화재경보기, 물 공급 펌프 등이 설치돼 있다. 2개의 목욕탕과 수세식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갖췄고 비상탈출 사다리도 마련돼 있다. 카다피는 미국과 스위스 보안 회사들에 의뢰해 이 지하벙커를 건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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